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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만에 좌파정권..정치구조 대변화 예고 남미 좌파 도미노에 주변국 우려 20일 파라과이 대선이 61년 장기집권 종식과 사상 첫 좌파후보 당선으로 끝나면서 파라과이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토면적 40만6천752㎢에 610만명의 인구를 가진 파라과이는 남미의 대표적인 빈곤국 가운데 하나다. 국내총생산(GDP) 93억4천만 달러에 1인당 평균소득은 1천532 달러에 불과하다. 전체 국민 가운데 36%가 빈곤층이며, 이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110만명이 하루평균 1달러 이하 소득으로 생활하는 극빈곤층이라는 통계가 파라과이의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 경제회복이 최우선 과제 = 임기 5년의 새 대통령에 당선된 페르난도 루고 당선인에게는 이처럼 위기에 처한 파라과이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다. 파라과이 경제는 최근 전 세계적인 농산물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지난해 6.4%의 성장률을 보였다. 파라과이는 세계 4위의 콩 수출국이다. 그러나 농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경제구조는 산업 전반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2002년 극심한 경제위기로 외채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기도 했던 파라과이는 2003년 니카노르 두아르테 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다소 회복세를 보였다. 16.4%에 달하던 실업률도 지난해 8.5% 수준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전체 노동자의 80%가 최저임금 이하 소득에 머물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26.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실업률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고단한 경제사정과 열악한 노동환경은 지난해 한해에만 6만여명의 파라과이인들이 고용기회를 찾아 조국을 떠나 브라질 등 인접국으로 향하는 '엑소더스'의 원인이 되고 있다. ◇ 정치권 구조개편 예고 = 루고의 당선을 가능케 한 것은 30여개에 달하는 군소 좌파정당과 농민.노동자.빈민단체의 전폭적인 지지였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콜로라도당 정부와 오랜 대립관계를 형성해온 우파 급진자유당(PLRA)이 루고 진영에 가세한 것이 결정적 승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PLRA는 루이스 페데리코 프랑코 고메스를 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루고 당선인을 좌파 또는 중도좌파 정치인으로 분류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우파 정책을 일정 부분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라과이 언론은 루고 당선 이전부터 "루고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함께 대선 레이스를 펼쳤던 집권 콜로라도당의 블랑카 오벨라르 후보나 중도우파의 리노 오비에도 후보와 협력을 도모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콜로라도당은 사실상 61년만에 변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당내 경선 과정에서 패한 루이스 카스티글리오니 전 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오벨라르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 않은 것이 상징적인 징조다. 콜로라도당 내 비주류를 이끌고 있는 카스티글리오니 전 부통령은 "집권당은 앞으로 심각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면서 "파라과이에 정통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콜로라도당의 새 얼굴로 떠오른 오벨라르 후보와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36만명으로 추정되는 '실망한 콜로라도당원'의 표를 끌어모은 것으로 분석되는 오비에도 후보도 앞으로 파라과이 정국에 적지않은 발언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브라질.아르헨과 갈등 전망 = 파라과이는 남미 양대국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와 수력발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과거 3개국 공히 군사독재정권을 거치던 시절인 지난 1973년 체결된 파라과이-브라질 간 이타이푸(Itaipu) 조약과 파라과이-아르헨티나 간 야시레타(Yacyreta) 조약이다. 루고 당선인은 두 조약이 "매우 불평등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이타이푸 수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 가운데 파라과이에서 사용하지 않는 잉여전력을 헐값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전력 판매가격 현실화'를 내세워 조약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루고 당선인은 브라질 정부가 전력 구입액을 현재 연간 3억 달러에서 15억~20억 달러로 높여야 하며, 브라질 정부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브라질 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는 8월 출범하는 루고 정부가 당분간 브라질.아르헨티나와 상당히 껄끄러운 관계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 남미좌파 영향력 확산 계기 = 루고의 당선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좌파연대'의 축이 남미 심장부로 한 단계 진입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구체적인 증거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남미 좌파 3인방'은 이번 파라과이 대선에서 루고 당선인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베스 정치자금 지원설'부터 베네수엘라.볼리비아.에콰도르 선거운동원들이 직접 파라과이에 입국해 지원활동을 벌였다는 소문도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루고 당선인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차베스 대통령의 '21세기형 사회주의 국가론'이나 모랄레스 대통령의 '혁명적 국가개조론'과 유사한 좌파 이념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루고 당선인이 취임 이후 풍부한 수자원을 무기로 '전력 국유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볼리비아에 모랄레스 정권이 등장한 이후 등장한 에너지 산업 국유화 정책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지금까지 천연가스 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파라과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2050년까지 전력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석유(베네수엘라)와 천연가스(볼리비아)에 이어 풍부한 전력을 확보하고 있는 파라과이에 좌파정권이 등장함으로써 한동안 주춤했던 남미좌파가 새로운 동력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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