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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창업주 톰프킨스, 칠레 원시림 보호운동 서울 9배 크기의 숲 사들이고 개발 계획마다 반기 칠레 정부, 세무조사로 압박하고 “강제추방” 위협 미국인 억만장자 더글러스 톰프킨스(65)와 칠레 정부가 일전을 치를 조짐이다. 칠레에 거주하면서 ‘전투적’인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는 톰프킨스에 대해 최근 칠레 정부가 세무조사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 출신인 톰프킨스는 세계적 의류메이커 ‘에스프리’와 ‘노스페이스’의 창업주이다. 10대 시절 배낭여행을 하면서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 원시림 지대의 풍광에 매료됐고 성장한 후 이곳을 잊지 못한 그는 1990년 사업체를 매각한 뒤 칠레의 숲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1년 중 상당 기간을 칠레에 머물면서 자연을 즐겼고 방문객들에게도 자신의 원시림을 개방했다. 그러나 칠레 정부는 톰프킨스를 처음부터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그가 구입한 엄청난 규모의 토지 때문에 긴 빨대 형태의 국토를 가지고 있는 칠레가 문자 그대로 두 동강이 났다는 것이다. 톰프킨스가 소유한 토지가 동쪽 국경인 아르헨티나부터 서쪽의 태평양까지 이어질 정도로 광활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그가 칠레에서 사들인 토지는 모두 5180㎢이다. 아직까지 태초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원시림의 개발을 막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토지를 사들였다는 게 일단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칠레 내에서의 여론도 톰프킨스에게 비판적으로 조성되어 있다. ‘환경보호’라는 가면을 썼지만 외국인이 칠레의 토지를 그 정도로 많이 구입하는 것은 ‘주권침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톰프킨스는 2005년 자신이 소유한 원시림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꼽히는 ‘풀말린’을 공공재단에 기부하면서 비판론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톰프킨스와 칠레 정부의 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톰프킨스가 파타고니아 지역을 개발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번번이 반기(反旗)를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는 칠레에서도 가장 오지로 꼽히는 파타고니아 지역 개발을 위해 자신의 땅에 고속도로를 건설하려는 정부의 계획을 좌절시켰다. 그는 자신의 땅을 칠레 정부에 되팔라는 제의도 거절했다. 또한 그는 각종 환경단체들과 연계해 칠레의 전반적인 환경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칠레 남부에 28억달러를 투자해 5개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계획에 반대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꼽히는 고질적인 전력난 해결에 목을 맨 칠레 정부로선 절대 반갑지 않은 대목이다. 또한 그는 연간 2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칠레 수출산업의 ‘효자’ 품목인 연어양식 업계에 대해서도 비판론을 제기했다. 칠레 남부에서 이뤄지고 있는 연어양식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주장이었다.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톰프킨스에 대해 칠레 정부도 최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칠레 정부 대변인인 프란시스코 비달은 최근 톰프킨스의 법적 지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영주권 없이 관광비자로 칠레에 체류하고 있는 톰프킨스가 관광 목적 외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칠레 정부는 또 관광객 신분인 톰프킨스가 칠레에서 토지 구입 등 경제 활동을 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칠레 정부 관계자는 그가 지난 3년간 각종 환경단체로부터 받은 지원금 1200만달러의 사용 실태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 세무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전직 대통령인 연립여당의 에두아르도 프레이 상원의원은 “톰프킨스가 출처가 불분명한 해외자금을 이용해 칠레 경제 발전에 필요불가결한 수력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가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칠레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톰프킨스도 언론을 통해 즉각 반격에 나섰다. 톰프킨스는 최근 현지 일간 ‘라 나시온’과의 인터뷰에서 “칠레 정부의 행동은 비정상적”이라며 “비자와 관련해서 지금껏 현행법을 준수해 왔는데 갑자기 무슨 이야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듯 “이런 정치적 위협은 처음이 아니다. 세무조사를 하고 싶으면 해보라”고도 했다. 이렇게 자신감을 보여왔지만 어쨌든 그로선 칠레에 본격적으로 거주한 지 15년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그러나 톰프킨스와 칠레 정부의 갈등이 세무조사나 강제추방과 같은 파국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 사회에서 세계적 환경운동가로 존경받고 있는 톰프킨스가 탄압을 받는 듯한 모양새가 나올 경우 칠레 정부 입장에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칠레 내부에서 그에 대한 지지 움직임이 적지 않게 감지되는 것도 칠레 정부가 부담스러워 하는 대목이다. 최근 연립여당 소속 기도 히라르디 상원의원 등 일부 정치인은 “톰프킨스가 칠레 정부의 환경정책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톰프킨스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억만장자 톰프킨스와 칠레 정부가 15년째 벌이고 있는 기나긴 갈등의 끝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0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산티아고=고일환 연합뉴스 칠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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