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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국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덜기 위해 연금의 10%를 미리 찾아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정부의 반대 속에서도 의회를 통과했다. 칠레 하원은 23일(현지시간) 전날 상원을 통과한 연금법 개정안을 찬성 116표, 반대 28표, 기권 5표로 가결했다고 칠레 언론들이 전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연금 재정이 허약해질 것을 우려해 이 법안에 부정적이었으나, 여당 연합 소속 의원들도 상당수 찬성표를 던졌다. 법안이 발효되면 연금 가입자는 원할 경우 자신이 낸 연금 중 최대 10%를 미리 찾아 쓸 수 있게 된다. 금액으로 최대 430만페소(약 670만원)까지라고 일간 엘메르쿠리오는 전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30일 이내에 서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법안에 반대해온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헌법재판소로 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법안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를 고려할 때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지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 이상이 연금 중도인출을 원했다. 야당이 발의한 이 법안의 의회 처리를 앞두고 칠레에선 거센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으며, 지난주 하원을 처음 통과한 후엔 시민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냄비를 두드리며 환호하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은 칠레의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높은 불만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독재시절 민영화된 칠레 연금은 한때 높은 투자 수익률 등으로 찬사를 받기로 했으나, 턱없이 적은 지급 금액 탓에 노인 빈곤율을 높이고 빈부격차를 키운다는 비판을 받았다. AFP로 불리는 민간 연금관리회사는 칠레 시민들의 공적처럼 됐다. 사회 불평등에 분노해 지난해 11월 격화한 칠레 시위에서도 연금제도 개선은 시위대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였다. 이번 법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반응은 단순히 자금난 해소를 위한 연금 인출 요구를 넘어 민영 연금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시위 사태를 거치며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한 피녜라 대통령은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중산층 이하 국민을 위한 다른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 법안 통과를 막지 못하며 리더십에 다시 한번 타격을 받게 됐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20/07/24 07:47 송고 106.253.2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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