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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의 '남미리포트' <316> 남미국가들 하나로 통합될까? 중남미 지역의 자유무역과 관세동맹을 위해 결성됐던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안데스국가연합(CAN)이 통합되어 남미국가연합(UNASUR)으로 거듭났다. 남미국가들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문화, 곡물거래, 에너지관련산업, 국방까지 하나로 통합 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 지난 주말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에 모인 남미공동시장 회원국(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안데스국가연합체(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국가들과 양대 블록의 준 회원국들이었던 칠레, 가이아나, 수리남 등 정상들은 남미통합을 위한 선언문 발표에 전격 합의했다. 중남미 양대 블록의 통합 논의가 시작된 지 4년 만에 이루어진 결실이다. 하지만 이 기구가 남미판 유럽연합(EU)이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경제와 금융, 국방 관련 분야에서 각국들간 입장 차이를 분명하게 조율하지 못한 채 출범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수년 동안 볼리바리안 혁명을 외치며 남미통합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갈등이 본격화 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여곡절을 거쳐 탄생한 남미은행(Bancosur)에 대해 브라질은 최근 까지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룰라는 남미국가연합 창설 직후 브라질 국내언론들과의 대화에서 유럽연합을 본뜬 남미중앙은행 창설과 이 은행을 중심으로 한 단일통화 발행 의지를 내비쳤다. 바꾸어 말하면 남미은행보다는 브라질이 주체가 된 금융기관을 따로 창설해 자신이 단일통화 발행을 주도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브라질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이 주도해 설립한 남미은행과 남미기금, 중남미 공동통화 발행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어 왔었다. 남의미 맹주를 자처하는 브라질로서는 남미은행과 공동통화 발행에 차베스의 들러리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두 번째로 남미연합국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건 남미 12개국을 아우르는 통합국방위원회 창설문제다. 이 역시 5년 전 차베스가 추진했던 것이었다. 당시 차베스는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본뜬 남대서양 조약기구(OTAS) 창설을 위해 중남미국가들을 설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남미에서는 남미통합군 창설이 화두로 떠올랐으나 브라질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그런데 지난 3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브라질을 방문하면서 이 문제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브라질을 방문한 라이스 장관은 룰라 정부에 테러와의 전쟁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남미 국가들간 국경관리와 통제에 융통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가 이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후 브라질 넬손 조빙 국방장관의 행보가 빨라졌다. 중남미 각국을 순방하면서 남미방위위원회 창설을 설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남미연합국가들 대다수(칠레와 에콰도르는 제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라질로서는 효율적인 국경 관리와 통제를 위해 남미방위위원회의 창설이 절실하기는 했다. 하지만 남미통합군 창설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 왔던 브라질이 미 국무장관의 방문 이후 남미방위위원회 창설을 서두르게 된 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미방위위원회가 창설되면 이 지역에서 미군의 역할만 강화해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차베스와 코레아 대통령 등이 남미방위위원회는 미국의 남부사령부(SOUTH COM)를 견제하기 위한 분명한 목적으로 창설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바로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만일 브라질의 의도대로 남미방위위원회가 창설되어 국경통제가 허술해 진다면 테러리스트 진압작전이라는 명분으로 콜롬비아가 에콰도르 국경을 침범했던 사태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남미통합방위위원회는 우선적으로 주적(미군) 설정 범위를 분명하게 못 박아야 한다는 얘기다. 중남미 통합을 놓고 수면 아래서 주도권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는 차베스와 룰라가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어떤 양보와 합의를 도출해 내느냐에 따라 남미국가연합의 장래가 결정될 판이다. 프레시안뉴스 김영길/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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