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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피델 그늘에서 벗어나 쿠바 지휘…10년 만에 퇴장 라울 카스트로(89) 쿠바 공산당 총서기(제1서기)가 16일(현지시간) 총서기직 사임 의사를 공식화하며, 62년간 이어진 카스트로 형제 통치시대의 마감을 알렸다. 형 피델 카스트로(1926∼2016)에게 총서기직을 물려받은 지 10년 만이다. 라울 카스트로는 사실 오랫동안 다섯 살 위 형 피델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쿠바혁명 과정에서도, 이후 혁명정권에서도 2인자였다. 그는 1931년 쿠바 동부에서 스페인계 아버지와 쿠바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곱 남매 중 라울이 넷째였다. 일찌감치 사회주의 이념에 빠졌던 그는 쿠바 혁명의 시작이었던 1953년 7월 26일 몬카다 병영 습격사건을 형과 함께 감행했다. 자살 공격에 가까웠던 무모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후 풀헨시오 바티스타 독재정권으로부터 13년형을 선고받고 이중 22개월을 복역했다. 이후 멕시코로 건너간 라울 카스트로는 그곳에서 체 게바라(1928∼1967)를 만나 그를 형 피델에게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쿠바 혁명 당시 사령관으로 여러 전투를 지휘한 라울은 1959년 친미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혁명정부가 들어선 후 국방장관, 국가평의회 부의장, 공산당 부서기(제2서기) 등을 맡아 50년 가까이 형을 보좌했다. 피델 카스트로는 1997년 일흔을 넘긴 후 라울을 후계자로 승인했고, 2006년 피델의 건강이 악화하자 라울이 사실상 통치권자 역할을 했다. 이어 2008년 라울 카스트로가 형에 이어 국가평의회 의장에 공식 선출됐고, 2011년엔 쿠바 최고권력인 공산당 총서기 자리까지 물려받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피델 카스트로에 가려있긴 했으나 라울 카스트로는 형보다 더 정통파 공산주의자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쿠바를 지휘하기 시작한 이후엔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했고, 공산당 일당 체제와 사회주의 모델을 고수하면서도 경제 개혁·개방을 꾀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정권 시절의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이룬 것도 라울 카스트로였다. 이같은 외교적 성과 속에 라울의 '조용한 리더십'은 쿠바 국민의 호평을 받았고, 금세 형 피델의 이름을 지워갔다. 그러나 고령인 라울 카스트로 총서기도 오래 1인자 자리에 머물 수는 없었다. 그는 2016년 공산당 전당대회 당시 다음 전당대회에서 더 젊은 세대에게 자리를 내줄 것임을 시사했고, 5년 후인 지금 약속대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2016년 세상을 떠난 형 피델 카스트로를 포함해 쿠바 혁명의 주역들은 모두 무대 밖으로 퇴장하게 됐다. 쿠바 혁명 이후 태어난 미겔 디아스카넬(60) 쿠바 대통령이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오는 19일 공식적으로 카스트로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카스트로 형제를 떠나보내는 쿠바는 지금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권이 들어선 후 미국과의 관계는 다시 경색됐으며, 더딘 경제개혁 속에 쿠바의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위기에 위기를 더했다.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을 라울 카스트로는 이날 "살아 있는 한 내 조국과 혁명, 사회주의를 지키기 위해 한 발을 등자에 디딘 채 항상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4/17 08:23 송고 106.253.2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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