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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군부 독재 시절에 제정된 헌법을 뜯어고치려던 남미 칠레의 계획이 국민투표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됐다. 칠레 선거관리국(Servicio Electoral)은 4일(현지시간) 개헌 찬반 국민투표 개표 결과 개표율 75.4% 기준으로 찬성 38%(425만6천165표), 반대 62%(694만4천426표)로 각각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효표 과반 찬성이 필요했던 개헌안은 부결됐다. 현행 칠레 헌법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정권(1973∼1990년) 시절인 지난 1980년 제정됐다. 이후 몇 차례 개정은 됐지만, 그 근간은 유지됐다. 그간 해묵은 헌법을 갈아 치우자는 사회적 요구는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2019년 10월 불평등 개선 촉구 시위를 시작으로 개헌 목소리가 커졌다. 이른바 '피노체트 군부 독재 헌법'이 불평등을 조장하고 차별을 시정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개헌 착수 여부를 묻는 2020년 국민투표에서는 78%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하면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후 성비 균형을 맞추고 원주민들도 포함한 제헌의회(155명)가 구성돼 초안을 작성한 뒤 정부에 제출했다. '칠레는 사회·민주적 법치국가다. 칠레는 다민족적이며 상호 문화적, 지역적, 생태적 국가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새 헌법에는 원주민 자결권 확대와 양성평등 의무화 등을 강화하는 내용이 폭넓게 담겼다. 11개 장 388개 조항으로 돼 있는데, 조항 수는 전 세계 헌법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다만, 일부 조항 표현이 추상적인 데다 '공기업 구성원 남녀 동수', '난민 강제 추방 금지', '자발적 임신중절 보장' 등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급격한 사회 변화를 사실상 강제하는 규정이 삽입되면서 국론은 분열됐다. 급기야는 투표를 수개월 앞두고 시행된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찬성을 웃돌았고, 실제 이날 국민투표 결과도 개헌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그간의 여론 흐름을 그대로 반영했다. 개헌안 부결로 지난 3월 취임한 가브리엘 보리치(36)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개헌을 시작으로 사회 전반에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겠다는 게 보리치 대통령의 의지였으나, 속도 조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헌법 개정 추진 자체를 완전히 접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앞서 국민투표가 실시되기 전에 보리치 대통령은 만약에 개헌안이 부결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새로운 개헌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walden@yna.co.kr 122.40.8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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