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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한국으로 돌아갈 길이 없었던 애국자의 자녀, 손자, 증손자들이 이곳 멕시코에서 슬픔의 역사를 공유하며 뿌리를 내렸지요."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멕시코인들이 117년 전 멕시코 땅을 밟은 이주 한국인들의 후손을 인터뷰해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했다. '데센디엔테스(Descendientes. 후손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후손'이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23분 분량으로, 1905년 멕시코로 이주한 한인과 그 이후 세대의 발자취 등을 후손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전했다. 인터뷰에는 2∼5세 한인 후손 등 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 있거나 가족에게서 전해 들은 1세대 선조의 굴곡진 일상과 함께 자신이 겪어야 했던 정체성의 혼란을 재구성했다. 화면 안에 있는 인터뷰이의 눈시울은 하나 같이 모두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누군가는 말을 멈추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멕시코에서 영화과를 전공한 멜리사 몬드라곤 감독은 1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로 다른 전통을 가진 매우 다른 나라에서 성장한 후손들의 이야기"라며 "멕시코에 첫 한국인이 도착한 이후 117년 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문화적 혼합을 묘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제작 프로젝트를 시작한 멜리사 감독은 19명의 제작진과 함께 5개월 동안 촬영과 편집에 매달렸다고 한다. 하루에 17∼18시간 동안 거의 매일 작업했다고 그는 전했다. 멜리사 감독은 "한인 후손들은 선조의 고된 노동과 슬픔의 일대기를 공유하며 멕시코의 한 공동체로 성장한 것을 목격했다"며 "한국과 멕시코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교 60주년이 된 올해 특별한 작품을 남기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멕시코시티 베야에포카 문화 센터에서 열린 상영회는 100여명이 자리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멕시코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유순명·이명원)의 자손(5세)으로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유현수(가브리엘 유·멕시코시티 한인 후손 회장) 씨는 "멕시코에 거주하는 한인 후손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의 희생자를 선조로 둔 후손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내용만큼이나 제작 과정도 특별하다. 방탄소년단(BTS)과 배우 이민호의 멕시코 팬클럽 '프로메사스 미노스 아미'(Promesas MINOZ ARMY)가 재정 후원을 맡았기 때문이다. 프로메사스 회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계 스타의 이름을 걸고 선행을 펼치거나 한국·멕시코 간 문화 교류 활성화를 위해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프로메사스 측은 "이 아름다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감사하고 무척 자랑스럽다"며 누군가 필요한 곳에 다가가 돕는 일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제 강점 직전인 1905년 4월 한국인 1천33명은 배를 타고 인천(당시 제물포항)을 떠나 40여 일의 향해 끝에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도착했다. 이들은 선박용 밧줄을 만드는 재료인, 일명 '애니깽'이라고도 알려진 에네켄(선인장 일종) 농장으로 분산돼 고된 노동을 했다. 계약 만료 뒤엔 한일합병으로 가야할 나라를 잃어버린 채 멕시코 또는 쿠바로 흩어져 정착했다. walden@yna.co.kr 122.40.8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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