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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에너지 위기, 농업파업 장기화..국정능력 의문 아르헨티나 사상 최초의 선출직 여성 대통령이자 전임자인 남편에 이은 첫 '부부 대통령' 탄생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속에 집권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집권 6개월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에 대해 아르헨티나 국민은 "남편의 정책을 충실히 유지하면서 고도 경제성장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영광을 회복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해 왔다. 지난 2001~2002년의 혹독한 경제위기를 딛고 2003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 9%대를 기록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의 치적이 부인인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6개월만에 받아든 성적표는 이 같은 기대감을 무참하게 날려버리고 있다. 9일자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오랜 기간 공포의 대상이었던 인플레율이 하루가 다르게 들썩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점 앞을 기웃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물건을 집어들지 않는 소비자들을 바라보는 아르헨티나 상인들에게서 미래에 대한 전망은 이미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집권하자 마자 인플레율 상승과 에너지 위기라는 시련에 직면했다. 지난 3월 중순부터는 농업 부문 파업이 계속되면서 정국 전반에 위기감을 가중시켰다. 특히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3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농업 부문 파업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면서 지지율 추락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1월 56%에서 지금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26%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페르필(Perfil)이라는 일간지가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공식업무 가운데 15%는 안토니오 반데이라스 등 유명 배우와 가수, 음악인을 만나는데 할애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아르헨티나 국민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처럼 추락한 것은 인플레에 1차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립 통계센서스연구소(INDEC)가 발표한 지난 4월 인플레율은 0.8%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내 주요 지역의 통계기관들이 발표한 자료를 종합하면 실제 인플레율은 3%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TNS 갤럽과 아르헨티나 가톨릭대학(UCA)의 공동조사에서 10명 중 6명이 "현재의 월수입으로 한 달 생활이 어렵다"고 답한 것은 서민들이 느끼는 인플레 압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국민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지난해부터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받고 있는 INDEC의 자료를 믿지 않고 있다. 에너지 위기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에게 앞으로 닥칠 또 다른 시련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해 수천개의 산업시설에 대해 천연가스와 전력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남부지역에서 31일간 벌어진 에너지 부문 파업으로 천연가스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300여개 공장에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올해도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에너지 공급부족 사태가 재현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가정 난방용 에너지 공급을 우선하면서 산업시설들은 생산장비의 가동 중단이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정부가 대선을 의식해 6~8월 산업시설에 대해서는 에너지 제한공급을 실시하면서 가정 난방용 에너지 공급을 우선했으나 올해는 일반 가정도 제한공급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국민의 불만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천연가스, 석유, 전력 등 에너지 부족 사태를 피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 및 에너지 위기를 넘기기 위한 단기처방으로 일관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정부지출 증가와 경제악화에 따른 빈곤층 증가, 흔들리는 경제정책에서 초래된 대외신인도 하락과 외국 투자가들의 불신 고조 등은 아르헨티나를 2001~2002년의 상황으로 되돌리는 끔찍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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