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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정권을 이끄는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좌한다. 오랫동안 중남미에서 친미 세력의 보루 역할을 해 온 콜롬비아가 지난해 좌파로 돌아서자 크게 실망했던 미국은 ‘옛정’을 들어 콜롬비아의 마음을 붙든다는 복안이다.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페트로 대통령을 20일 백악관으로 초대해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취임한 페트로 대통령의 미국 방문 및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콜롬비아는 미국의 핵심 파트너”라며 “두 정상은 미국과 콜롬비아가 경제 및 안보 협력을 증진하는 등 상호 국익에 부합하는 분야에서 진전을 이뤄 양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정상은 또 기후변화 대응, 마약 밀매 대응, 지역 이주 문제 해결, 지역과 세계의 민주주의 가치와 인권 증진을 위한 공동 노력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콜롬비아는 수십년간 중남미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었다. 미국이 이 지역 안보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콜롬비아가 그 초석이 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부터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에서 차례로 좌파 정당이 집권하며 중남미의 ‘핑크 타이드’(분홍색 물결)라는 말이 나돌 때에도 콜롬비아는 우파 사이에서 중남미의 ‘최후의 보루’로 통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좌파 연합의 페트로 후보가 50.4%를 득표해 47.3%에 그친 중도 우파의 로돌포 에르난데스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콜롬비아마저 핑크 타이드 속으로 빨려 들어간 셈이다. 빈농의 아들인 페트로는 1980년대 콜롬비아 우파 정부를 폭력으로 전복하려 시도한 반군 게릴라 출신이다. 정부 무기고에서 훔친 무기로 대법원 청사를 공격했다가 붙잡혀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한 전과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취임 후 미국이 중남미에서 벌이는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실패작”으로 규정하며 새로운 국제적 접근법을 요구하는 등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다만 콜롬비아는 미국과 경제적·역사적으로 유대 관계가 워낙 깊다 보니 베네수엘라 같은 급진 반미 노선으로 기울지는 않는 모양새다. 페트로 대통령은 좌파 정부에 느끼는 재계의 공포감을 염두에 둔 듯 “주요 에너지 기업들을 국유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친미 성향의 국민들을 의식해 “인근 중남미 국가들의 좌파 정부보다는 미국 민주당 내 진보 그룹과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옛정을 내세워 콜롬비아가 반미 노선으로 기울지 않게끔 관리한다는 복안이다. 이번 정상회담 추진도 그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의 초청 발표 직후 페트로 대통령은 “초대에 감사한다”며 “양국 관계를 개선할 중요한 순간”이라고 환영했다. 122.40.8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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