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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국제사회 여론이 다시금 갈라지고 있다. 중남미 30여개국 정상은 유럽연합(EU)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에 동참하는 것을 거부했으며,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일방 탈퇴 움직임에 대해서도 주요 20개국(G20)조차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군사·에너지 분야 강국인 러시아와 관련한 국가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감에 따라 이같은 분열상은 갈수록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AFP·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 27개국 및 중남미·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33개국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정상회의 후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전쟁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표현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정상은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 성명 어느 부분에서도 '러시아'라는 단어를 명시하지 않았다. 이마저 니카라과는 최종 문구에 거부감을 표하며 성명 발표 명단에서 빠졌다. dpa는 "EU는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더 담기 위해 협상을 벌였지만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쿠바 등 러시아를 지지하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반대로 인해 전쟁을 규탄하지도, 러시아를 언급하지도 못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니카라과의 경우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열린 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될 당시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쿠바는 기권했고, 베네수엘라는 투표에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세 나라는 지난달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주도한 바그너그룹 용병단의 반란 사태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개 표명하기도 했다. 모두 무기 제공을 비롯, 과거부터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온 곳들이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경제규모가 큰 중남미 정상들 역시 이번 성명 논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의 침공 사실은 비난하면서도 중대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꺼렸고, 그보다는 식량이나 에너지 가격 등 전쟁의 여파에 대해서 초점을 맞췄다. dpa는 "많은 중남미·카리브 지도자들은 평화 회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토 회복 없이 종전협상에 임할 수 없다는 우크라이나의 입장과 대치되는 것이다. 인도 간디나가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무대도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사안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공동성명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막을 내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 익명의 인도 관리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는 전쟁을 단호히 규탄하는 것을 추진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했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으로 표현하는 것을 고수했고, 이에 따라 의장국인 인도는 공동성명 초안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채 회의 말미 의장이 요약한 논의를 전달하는 데에 그쳤다.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은 "공통된 언어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이번 행사는 지정학적 문제를 논의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라고 요약본 내용을 전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길을 보장해왔던 흑해곡물협정의 종료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몇몇 회원국들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난했다"며 "흑해 통과는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첨언했다. 익명의 한 인도 관리는 로이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평화를 중재하는 것은 G20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인도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비난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고, 러시아로부터 할인된 가격으로 석유 구매량을 늘리는 등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k@yna.co.kr 122.40.8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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