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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테가 “아내가 선거전 일등공신” [경향신문 2006-11-05 19:03] 미국에 힐러리 클린턴이 있고 아르헨티나에 에바 페론이 있다면 니카라과에는 로사리오 무릴로가 있다. 5일(현지시간) 니카라과의 대선에서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다니엘 오르테가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그의 부인 무릴로가 1등 공신이라고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보도했다. 1979년 반미·공산주의 산디니스타 혁명을 이끈 오르테가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기록하고 있어 재집권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6년, 2001년 대권 도전에서 실패한 오르테가가 이처럼 부활할 수 있던 데는 선거 전략을 지휘한 ‘여걸’ 무릴로의 공이 크다는 것이다. 6명의 자녀를 두고도 오랫동안 사실혼 관계에 머물던 오르테가 부부가 지난해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도 무릴로의 정치적 책략에서 비롯했다.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점을 이용, 성당과 가톨릭 신자들을 포섭한 것이다. 혁명 당시 사회주의를 배격하던 가톨릭 교단에 반발, 오르테가는 성직자들의 정치 활동을 적극 장려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무릴로의 조언으로 오르테가는 오랜 반목을 풀고 가톨릭 교단과 화해하고 신자들의 지지도 획득할 수 있었다. 무릴로는 오르테가의 혁명·전투적 이미지 탈피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선거 캠페인 포스터를 분홍색으로 바꾸고, 전투복을 연상시키는 올리브 그린 대신 흰색 옷을 입게 했다. 60년대부터 반전·민주화운동에 빠지지 않았던 노래인 존 레논의 ‘기브 피스 어 챈스(Give Peace a Chance)’를 테마송으로 선택, 급진적인 이미지 대신 부드러운 이미지로의 변신을 홍보했다. 오르테가는 또 자유무역과 사기업 존중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들 부부는 혁명정권 기간인 80년대에는 오히려 삐걱거렸다. 무릴로는 바람을 피워 한동안 방황하다 90년대 초반 가정으로 돌아왔다. 소원하던 둘 사이에 굳건한 믿음이 싹튼 것은 자녀 문제가 계기가 됐다. 99년 양녀인 조일라메리카 나바에스가 11살 무렵부터 집에서 독립한 19살까지 오르테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소했다. 무릴로는 딸이 거짓말을 한다고 비난하면서 오르테가를 법적 처벌에서 구해냈다. 정치분석가인 카를로스 페르난도 차모로는 “이때부터 오르케가는 무릴로에게 꽉 잡혔다”고 말했다. 오르테가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약 33%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니카라과 선거법상 1차 투표에서 대권을 쥐기 위해서는 40% 이상을 얻거나 최소 35% 득표율에 2위 후보와의 격차를 5%포인트 이상으로 벌려야 한다.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여타 후보들의 연합으로 오르테가의 재집권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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