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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화를 재건한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이 31일 타계했다. 향년 82세. 주치의인 알베르토 새들러 박사는 알폰신 전 대통령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자택에서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알폰신 대통령은 1927년 3월 12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20km 떨어진 남부의 한 소도시에서 스페인 이주자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군사정권의 탄압을 딛고 1983년 대통령직에 오른 알폰신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이른바 '더러운 전쟁'을 통해 민주 인사 수천 명을 고문, 살해했던 군부 독재자들을 기소하고 유죄 판결을 내려 국제적 찬사를 받았다. 1983~1989년에 이르는 그의 집권기는 1976년 군사 독재 정권이 들어선 이후 나락으로 떨어졌던 아르헨티나의 위신을 바로잡은 시기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은 "당신(알폰신 전 대통령)이 원하든 원치 않든, 당신은 민주화 회복의 상징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광의 세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군부정권의 사슬을 끊고 민선 대통령으로 선출돼 6년 만에 아르헨티나 민주주의의 완전한 재건을 이룩한 그이지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실패했다. 아르헨티나는 1989년 매달 200%에 달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기록, 슈퍼마켓에서 약탈이 빈번히 발생하는 등 경제적 혼란기를 맞았다. 빈곤율은 전임 정권의 2배가 넘는 25%를 선회했고 통화가치는 넉달 만에 95% 격감했다. 전문가들은 알폰신 전 대통령이 군부 때부터 이어져 온 해외 부채와 막대한 공공적자를 줄이기 위해 강경한 제재를 취하지 못하고 망설이다 이 같은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알폰신 전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서 페론정의당의 카를로스 메넴에게 정권을 내주고 만다. 알폰신 전 대통령은 퇴진 당시 한 TV 인터뷰에서 "어떤 대통령도 국민에게 무한한 희생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로이터=연합뉴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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