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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르헨티나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색다른 경험을 한다. 바로 동전에 관한 이야기다. 얼마 전 시내 편의점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5페소짜리 지폐를 건넸다. 잔돈을 내줄 줄 알고 기다렸더니 거슬러 줄 동전이 없으니 사탕이나 껌을 가져가라고 해 할 수 없이 껌 한 통을 들고 나왔다. 아르헨티나 동전 부족 사태는 일반 소매점뿐만 아니라 공공시설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잔돈이 없어 통행료를 징수할 수 없다며 차를 무료로 통과시키기도 하고, 지난해에는 지하철이 동전 부족으로 출퇴근 손님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사태가 이 정도이다 보니 아르헨티나 정부는 2300만페소에 해당하는 동전을 추가로 시중에 유통시켰다.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현재 총 53억페소에 해당하는 동전이 시중에 풀려 있다. 단순 통계상 인구가 4000만명이니 1인당 130페소가 넘는 동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동전은 여전히 부족하다. 소문에 따르면 동전을 녹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수출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란다. 올해 2월 아르헨티나 정부는 보다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이 TV 연설을 통해 교통카드 도입을 전격 발표했다. 상반기 중 수도권을 운행하는 시내버스 1만7000대에 카드로 요금을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번 아르헨티나 중앙정부의 교통카드 시스템 도입 프로젝트는 금액 규모 면에서 1억달러가 넘는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발달한 국가이기에 현지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5월 둘째주에 입찰공고가 발표됐다. 우리 기업은 현지 파트너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가할 예정이다. 개도국에서 진행되는 국제입찰은 정치적 입김도 많이 작용해 낙찰을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경쟁 기업이 이미 주재국에서 10년 이상 사업을 이끌어 온 다국적기업이기에 기술적 측면에서도 이미 인정을 받았음에도 안심할 수 없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동전 부족 사태를 기회로 삼아 새롭게 위상을 높일 한국 기업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매일경제 [KOTRA 부에노스아이레스유재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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