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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포도주를 즐겨봅시다’ [한겨레 2006-12-13 14:21] [한겨레] 1991년 포도주 시장 개방 이후 한국은 칠레의 주요 포도주 수출국으로 급부상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칠레 포도주는 미국산 포도주를 제치고 한국 포도주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칠레 포도주의 참맛을 즐기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칠레 포도주가 참 맛보다는 인기에 편승해 판매가 좌지우지된다는 평도 있다. 모 기업의 회장이 즐겨 마신다는 포도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도 한다. 칠레에서 포도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548년이다. 17세기 말과 18세기 중엽들어면서부터 칠레 포도주는 이미 전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명해졌다. 19세기말 무렵부터는 프랑스 포도주 업자들이 여러 품종의 포도를 칠레에 들여오기 시작해, 그 품질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그 중에는 미첼 바첼렛 대통령의 선조인 조셉 바첼렛도 포함되어 있다. 칠레 포도주 산업은 1970년대부터 시장개방경제정책과 더불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칠레 포도주 산업 급성장은 지리점 이점이 많이 작용했다. 칠레는 남북의 길이는 4329Km나 되지만 동서의 폭은 200Km 정도 밖에 안된다. 그나마도 동쪽의 안데스 산맥과 서쪽으로 면한 태평양에 갇혀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 덕에 19세기에 전 유럽을 뒤덮은 필록세라의 영향에서도 안전할 수 있었다. 포도나무 전염병의 일종인 필록세라로 인해 원산지 프랑스에서는 사라진 카르메네르(Carmenere) 품종이 칠레에서만 재배되고 있기도 하다. 칠레무역협회(ProChile)에서 일하는 크리스트나 카유피에 따르면 카르메네르를 칠레의 포도로 명명하려고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총생산량의 95%를 한국을 포함한 해외에 수출하는 신생 와이너리인 에스탐의 마케팅 매니저 메기 카스트로는 칠레 포도주의 맛이 좋은 이유는 화산이 많아서 광물화된 토양 덕이라고 지적한다. 포도주 제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도, 유명한 상표도, 훌륭한 포도주 연구가도 아닌 바로 포도인데, 포도 재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연환경과 거의 변동이 없는 기후 조건, 그리고 토양 덕에 칠레 와인은 생산 연도를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정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칠레 사람들은 좋은 포도주를 고를 때, 포도가 생산된 계곡과, 포도 품종, 그리고 상표를 본다. 칠레에는 포도를 재배하는 13개의 계곡이 있는데, 계곡마다 생산 품종에도 약간씩 차이가 있고, 같은 품종도 계곡에 따라 맛의 특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매년 ‘올해의 포도주’가 선정되지만, 유행에 따르거나 무조건 비싼 포도주를 찾기 보다는 개인의 취향을 더 중요시한다. 와인 애호가인 칠레가톨릭대학교의 레네 미야르 교수는, 굳이 상표를 가리지 않아도, 카사블랑카 계곡에서 생산된 화이트 와인과 콜차구아 계곡에서 생산된 레드 와인을 고르면 별로 실패할 일이 없다고 한다. 또한 칠레 포도주가 유럽 포도주와 다른 점은 오래 되었다고 무조건 좋은 와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병에 담겨 출고된 지 2년 이내의 포도주를 살 것을 권고받는다. 요즘 칠레에는 161개의 주요 와이너리 이외에도 자고 나면 새로운 와이너리가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와이너리에서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투어 상품을 개발하고, 몇몇 와이너리는 작지만 고급스런 호텔을 갖고 있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는 ‘와인 열차’, ‘와인 루트’ 등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여러 와이너리와 와인 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는 관광 상품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와인 총 생산량의 60% 이상을 해외에 수출하는 나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에 이어 세계 제5위 와인 수출국인 칠레의 앞으로의 목표는, ‘값싼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질 좋고 지나치게 비싸지 않은’ 와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일이다. 산티아고/민원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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