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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가 선동정치 밀어냈다? [동아일보 2006-11-24 03:07:00] [동아일보] 올해 중남미 대선의 출발점이던 1월 칠레 대선에서 중도좌파 미첼 바첼레트 후보가 승리했을 때만 해도 포퓰리즘(대중주의)이 중남미를 휩쓸 것 같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퇴조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 평가했다. 중남미 33개국 가운데 올해 대선을 치렀거나 치를 나라는 모두 10여 개국. 선거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 돌풍이라거나 퇴조라는 분석이 나온 게 현실이었다. 포퓰리즘 퇴조의 가장 큰 이유는 유권자들이 경제 안정을 선택하는 경향이 굳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멕시코, 페루, 에콰도르, 브라질의 인플레이션 증가폭이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낮아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들의 증가를 이런 변화의 원동력으로 지목했다. 집을 사고 대출을 받으며 생애 첫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노동자층 유권자가 늘어나면서 급격한 변화보다는 경제적 안정을 선호하게 됐고 자연스레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 포퓰리즘 정책이 유권자들에겐 솔깃하지만 정부 재정적자를 불러와 빈곤의 악순환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상징하는 선동적인 포퓰리즘을 좇기보다는 경제적 안정이 우선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굳어진 것이다. 당장 포퓰리즘 정책을 내건 후보들이 고배를 마시고 지지율 하락을 겪으면서 중도적 성향의 정책으로 선회하는 후보들이 나오기도 했다. 2월 실시된 코스타리카 대선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오스카르 아리아스 산체스 후보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취소를 주장한 좌파 오톤 솔리스 후보를 물리쳤다. 한때 포퓰리스트였던 알란 가르시아 페레스 페루 대통령은 6월 대선에서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을 내세우는 한편 차베스 대통령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모습으로 변신한 뒤 재선에 성공했다. 니카라과의 급진 좌파 혁명가였던 다니엘 오르테가는 존 레넌의 ‘평화에 기회를 주세요(Give peace a chance)’라는 노래로 화해와 안정을 내세우는 변신을 통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26일 대선 결선투표를 앞둔 에콰도르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의회 해산을 내세우던 라파엘 코레아 후보가 급격한 변신을 시도했다. 달러화 통용 중단을 예고하고 외채상환 포기를 공약한 뒤 지지율이 하락하자 곧바로 차베스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중도노선으로 선회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9월 유엔 총회연설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사탄(Satan)’이라고 말했을 때 코레아 후보는 이를 “사탄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포퓰리즘의 퇴조로 규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주간 대화(Inter-American Dialogue)’의 마이클 시프터 부회장은 “여전히 중남미 지역에는 포퓰리즘을 유혹하는 좌절감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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