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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르포/하] 집값 싸고 안전…은퇴 외국인‘유혹’ [조선일보 2007-02-20 09:22] 국토 15%가 국립공원… ‘중남미의 마이애미’ 美 부동산재벌 등이 앞다퉈 고층아파트 건설 요즘 파나마시티를 찾는 이들은 긴 해변에 우후죽순처럼 늘어선 고층 아파트 건물들과 곳곳의 매립 공사, 사방의 공사 현장 크레인 탑들에 놀란다. 이런 건설 붐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캐나다·유럽 등지에서 몰려드는 50~60대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 노후를 위한 ‘제 2의 생활지’를 찾던 이들은 미 남부의 마이애미나 하와이, 중미의 코스타리카 대신 이곳으로 모여든다. 지난 16일 오전 파나마시티 시내 크라운 플라자 호텔 로비엔 은발의 노부부들이 앉았다. 이들이 이날 무리지어 ‘구경’ 나선 곳은 이곳의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왔다는 존 던(58) 부부는 “관광도 하고 집도 알아볼 겸해서 왔다”고 했다. 해안지역 ‘푼타 파시피카’에는 통유리 장식의 40~50층 고층빌딩들이 멋진 조감도를 세워놓고, 경쟁하듯 올라가고 있다. 이곳엔 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오션클럽 타워’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 ‘그랜도 타워’ 분양사무소측은 “작년 10월부터 세 개의 아파트 건물을 분양 중인데, 둘은 다 나가고 현재 54층짜리가 절반 정도 남았다”며 “방문자의 80~90%가 외국인”이라고 했다. 맞은 편 동쪽 해안 ‘코스타 델 에스테’도 마찬가지. 2010년 완공 목표로 층을 더해가는 104층 빌딩 ‘아이스 타워’는 중남미 최고를 꿈꾼다. 이런 열기 속에 부동산 거래 실적은 2005년 11억 달러에서 작년 13억 달러로 뛰었다. ‘거품’ 우려도 나오지만, 사고파는 이들이나 당국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 눈치다. 은퇴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저렴한 부동산 가격과 생활비 때문이다. 파나마 시내 아파트 가격 시세는 ㎡당 1500달러꼴. 시내의 ‘괜찮은’ 아파트 한 채 값이 96~98㎡(29~30평)에 8만5000달러(약7900만원), 해안 지역은 120~140㎡(36~42평)에 17만5000달러(약1억6300만원) 선이다. 또 정치도 안정적이고 치안과 생활 인프라도 좋은 편이다. 택시비는 시내 어디라도 5달러 이내에 해결된다. 달러화가 통용돼 환 위험이나 인플레 위험도 크지 않고, 외환 통제가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중남미의 마이애미’라 불릴 만큼 자연환경도 좋다. 국토의 15%가 국립공원이다. 지진·허리케인과도 거리가 멀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은퇴자 우대정책이 있다. 남 60세, 여 55세의 은퇴자들은 내·외국인 관계없이 다양한 세금 감면과 공공요금 할인 혜택을 누린다. 항공요금 등 교통비에서 영화티켓 같은 생활레저비까지 대부분 25~50% 할인이 된다. 미국의 주요 언론과 노후·부동산 관련 매체들도 앞다퉈 파나마 특집을 실었다. 미국은퇴자협회에서 펴내는 모던 머튜리티(Modern Maturity)와 경제지 포천(Fortune)은 최근 ‘은퇴 후 생활지’로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파나마를 꼽았다. 미국의 고급품 전문지인 ‘롭 리포트(Robb Report)’는 작년 겨울호에서 “파나마가 미주에서 가장 열띤 부동산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미 약 3만명의 미국인들이 와서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덩달아 은퇴 생활자들을 위한 실버 의료서비스산업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존스홉킨스 병원이 분원(分院)을 설립했고 또 다른 첨단 의료시설들도 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다. 길레르모 빌로리아(62) 투자서비스국장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은퇴자들이 국내 경제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어, 우리는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했다. [전병근특파원 bkj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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