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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때늦은 중남미 순방 ‘6년간 뭐했나’ [한겨레 2007-03-04 05:13:29] [한겨레] 미국은 중남미 외교에서 ‘잃어버린 6년’을 만회할 수 있을까?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8~14일 브라질·우루과이·콜롬비아·과테말라·멕시코 중남미 5개국을 순방한다. 지난해 각국 선거에서 좌파 바람이 휘몰아치는 ‘악몽’을 경험한 미국으로서는 이번 순방을 중남미를 다시 끌어안을 기회로 삼을 생각이다. 토머스 셰넌 미 국무부 서반구담당 차관보는 1일 의회에서 중남미와 “새롭고 긍정적인 동반자관계”를 맺으려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를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첫 방문지인 브라질에서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바이오에너지 개발·사용 협정을 맺을 계획이다. 우루과이와 콜롬비아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마약 단속 문제를 논의하고, 멕시코에서는 지난해 좌파 후보를 힘겹게 누른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을 ‘격려’할 예정이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중남미의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시간이 없다고 지적한다. 중남미 연구기관인 ‘라틴아메리카 워싱턴 사무소’의 제프리 테일은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중남미를) 순방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가 수사학적 성과 외에 무엇을 건질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당선 뒤 “아메리카의 세기”를 선언하며 미주대륙의 결속 강화에 힘을 쏟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로 이런 구상은 뒤로 밀리고 ‘테러와의 전쟁’이 그의 온 신경을 잡아끌었다. 그러는 사이 중남미에 좌파 정권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이들은 미국의 숙적 또는 경쟁자인 중국·유럽·쿠바·이란과 가까워졌다. 미주시장 통합 노력의 성과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미국은 2005년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를 타결하며 중미 국가들을 묶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베네수엘라가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가 참여한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에 가입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시장통합 구상은 한층 어려워졌다. 나아가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은 메르코수르에 정치·사회적 통합기능을 더해 유럽연합(EU)과 같은 남미공동체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코스타리카에서는 중미자유무역협정의 의회 비준이 지연되고 있고, 좌파가 집권한 에콰도르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순방국들은 차베스 대통령의 ‘반미 선동’과 거리를 둬온 나라들이다. 부시 행정부의 2008 회계년도 중남미 지원예산안은 16억달러로, 그의 취임 첫해 예산의 두 배 가량이다. 하지만 예산의 상당액이 ‘쿠바 민주화’ 지원이나 마약 소탕전을 벌이는 콜롬비아 군사지원 항목에 배정돼, 이 지역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도 의회 등에서 나오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브라질 국민 등이 “평화 시위”로 반미 의지를 나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니컬러스 번즈 미 국무부 차관은 올해가 중남미와의 “연대의 해”라고 선언했지만, 윌리엄앤메리대의 조지 그레이슨 교수는 “(미국이 중남미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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