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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美견제 ‘에너지 정상회담’ [경향신문 2007-04-16 18:37:32] 중남미 국가들의 에너지 통합 움직임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중남미 국가공동체는 16일 베네수엘라 마르가리타 섬에서 제1회 에너지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틀 일정으로 진행되는 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과 바이오 연료 개발 등 역내 에너지 협력에 관한 논의를 진전시킬 예정이다. 특히 지난 3월 체결된 ‘미국·브라질 에탄올 동맹’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이 이견을 조율하고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남미 국가들이 에너지 통합을 추진하는 목적은 미국 견제다. 에너지를 자급자족해서 미국의 지역 영향력 행사 공간을 줄이자는 취지다. 반미의 선봉장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선적으로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베네수엘라를 기점으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를 총 길이 8000㎞의 수송관으로 묶는 사업이다.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은 이미 베네수엘라 기리아에서 브라질 레시페까지 이어지는 1단계 공사를 2008년 시작하기로 지난 1월 합의했다. ‘페트로 아메리카’ 구상도 주요 안건이다. 베네수엘라가 남미와 카리브해 연안의 가난한 나라들에 원유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5대 석유 수출국이다. 각국 정상들은 또 남미은행 창설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남미은행은 이 지역 국가들의 경제 발전을 돕는 일종의 지역통화기금이다.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조직에 대한 대안 기구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15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모든 회원국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창설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중남미 정상들이 에탄올 대량 생산 부문에서도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3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에탄올 동맹을 맺었다. 세계 최대 에탄올 생산국인 두 나라는 에탄올 생산과 수요 확대를 위해 공동 노력키로 합의했다. 미국이 브라질의 에탄올을 대량 수입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에탄올 개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베네수엘라도 연료 첨가제로 쓰기 위해 에탄올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이 에탄올 협력을 지렛대 삼아 중남미를 미국 통제 하에 두려 한다는 점을 경계, 비판한다. “경작 가능지에서 나오는 모든 곡물을 에탄올 생산에 투입하면 전 세계 기아가 악화될 것”이라며 미국을 비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차베스 대통령은 “우리의 적은 미 제국이므로 브라질과 다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의 이견 해소 여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국가공동체는 브라질·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 등 메르코수르 5개국과 볼리비아·콜롬비아 등 안데스공동체 4개국, 칠레·가이아나 등 12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회담에는 타바레 바스케스 우루과이 대통령을 제외한 11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최희진기자 daisi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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