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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칠레와 페루가 태평양 연안 해역의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볼리비아가 태평양 해상 진출권을 요구하면서 과거 전쟁으로 비롯된 3국 간의 역사적 관계에 변화가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 3개국은 19세기 말기인 1879~1883년 사이 전쟁을 치른 경험을 갖고 있다. 볼리비아와 페루가 연합군을 구성해 칠레와 벌인 전쟁이었다. 칠레의 완승으로 끝난 이 전쟁으로 볼리비아는 영토의 60%를 잃으면서 태평양을 향한 해상 출구가 막혀 내륙국으로 전락했고, 페루 역시 자국 인근 태평양 해역에 대한 관할권을 상당 부분 칠레에 넘겼다. 특히 칠레와 볼리비아는 이후 몇 차례 분쟁까지 거치면서 1962년 외교관계를 단절했으며, 1975년 복원됐다가 1978년 해양접근조약 협상이 실패한 뒤 재차 외교관계를 끊었다. 그러나 최근 칠레-페루 태평양 영유권 갈등과 칠레-볼리비아 에너지 협상이 같은 시기에 이루어지면서 이 같은 역사적 관계에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페루 정부는 지난 12일 칠레 인근 해역을 포함하는 3만5천㎢를 자국 영해로 표시한 지도를 제작했다. 이 해역은 수산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칠레 정부는 이에 대해 "이 해역이 1952~1954년 체결된 양국간 협정에 따라 자국에 소유권이 있으며, 1968~1969년 이루어진 일련의 협상에서도 재확인됐다"는 입장이다. 볼리비아가 지난 주부터 시작된 칠레와의 에너지 협상을 통해 태평양 해상 출구 확보를 요구하면서 칠레와 페루 정부의 입장도 달라지고 있다. 칠레는 그동안 아르헨티나를 거쳐 볼리비아산 천연가스를 간접 수입해 왔으나 최근 아르헨티나 정부가 에너지 위기를 이유로 자국에 대한 수출량을 크게 줄이면서 천연가스 수급 정책에 차질을 빚은 것을 계기로 볼리비아와 천연가스 직수입 협상을 벌이고 있다. 볼리비아는 이 협상에서 자국산 천연가스를 칠레에 직접 수출하는 대가로 태평양 진출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칠레 정부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해 볼리비아에 대해 페루 접경지역의 항구 이용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태평양 접근권을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알레한드로 폭스레이 칠레 외무장관은 전날 브라질리아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1929년 칠레-페루 간에 체결된 평화협정에 따라 페루 정부가 양해할 경우 볼리비아에 태평양 항구 이용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페루 정부도 이날 "칠레가 볼리비아에 해상 출구를 허용하는 문제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칠레-볼리비아 간의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볼리비아가 태평양 해상 출구를 확보할 경우 이는 지난 30년간 소원했던 양국관계가 극적으로 회복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칠레도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실리를 얻게 된다. 또한 그동안 칠레와 페루가 벌여온 태평양 연안 해역 영유권 분쟁도 자연스럽게 해소되면서 3국간에 얽혀있는 역사적 관계가 치유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idelis21c@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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