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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세기 가까이 지속된 군부독재와 이에 대항하는 반정부 세력들간의 내전으로 피바람이 멈출 날이 없었던 과테말라에도 좌파정권이 들어섰다. 군사정권에 반기를 든 반군세력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계에 뛰어든 알바로 콜롬 까바제로(56) 후보는 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과테말라 대선 결선투표에서 3수만에 극적으로 대권을 잡았다. 현지정치 평론가들은 "늦었지만 과테말라도 오랜 군부통치의 잔재를 청산하고 비로소 진정한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과테말라는 1930년대부터 시작된 군부의 장기집권이 있었지만 1944년과 1951년 혁신 정당이 들어서면서 민주화의 길을 잠시 걷는 듯했다. 그러나 1954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중남미 정치에 최초로 개입한 군부 쿠데타로 이후 대부분을 군부독재 상황에 놓여 있었다. 1986년 과테말라도 표면적인 민주화가 이뤄졌지만 군부의 지원을 받은 퇴역군인들이나 보수 우익정치인들이 득세해 반군출신 좌파정치인들과의 해묵은 갈등을 되풀이했다. 과테말라는 오랜 기간 동안 군부독재가 뿌리를 내리면서 이에 반항하는 반군 토벌작전을 벌여 20만 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정부군에 의해 살해되는 비극적인 과거를 가진 나라다. 따라서 중남미에서 과테말라 하면 최악의 인권유린국가라는 악명과 함께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오명이 뒤따랐다. 군부의 반군토벌작전의 직접적인 피해자이기도 했던 기업가 알바로 콜롬는 1999년 반군출신 좌파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아 대권에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12.7%의 득표라는 저조한 기록을 남겨 보수 우익정치인들의 높은 벽과 군부의 힘을 실감해야 했다. 콜롬은 그 후 2000년 과격한 반군출신들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민주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정치세력들을 통합해 희망의국가연합당(UNE)을 창당한다. 국가경제를 일으켜 세워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는 2003년 대선에서 좌파바람을 일으키며 44.1%의 득표를 획득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2위에 그쳐 다음 대선을 기약해야만 했다. 하지만 중남미를 휩쓸고 있는 좌파바람에 힘입어 대권도전 3수째인 2007년 11월 4일 결선에서는 퇴역 장성출신인 오또 P. 몰리나 후보를 물리치고 52.84%를 득표해 당선을 확정지었다. 중미인 과테말라도 에콰도르와 니카라과에 이어 좌파정권 집권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대권도전 3수만에 꿈을 이룬 코롬 당선자는 빈곤추방과 사회혼란을 막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천명하는 한편,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동시에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쿠바의 카스트로와도 관계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중남미는 이제 좌파정부 일색인데 이는 아주 성공적인 변화"라고 평가하고 "21세기에 들어와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고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에 들어섰다"고 자신의 승리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김영길 (프레시안 기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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