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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경제대국 브라질이 급속한 군사력 증강을 통해 중남미 ‘맹주’의 자리를 확고하게 굳히고 있다. 특히 이달 초 막대한 석유가 매장된 유전을 발견해 중남미에서 브라질의 입김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최근 브라질이 내년 군사용 무기와 장비 구입 예산으로 46억달러를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 신문은 “브라질 정부가 군사력 강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F-5와 미라주 전투기를 새로운 기종으로 대체하는 등 공군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수십년간 사실상 중단됐던 무기 구입을 재개하고 있다. 넬슨 조빙 국방장관은 “브라질이 중남미 지역에서 지도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군사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군비증강의 이유를 분명히 했다. 조세·연금제도 개혁을 추진한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실용노선에 힘입어 브라질 경제가 중남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층 커졌다. 경제성장률이 2007년 4.5%로 추정되는 등 탄탄한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군사력은 이런 경제규모의 확대에 미치지 못했다. 브라질의 군 병력은 30만명으로 세계 15위에 그친다. 전체 인구 대비 병력수는 이웃한 베네수엘라 등에도 뒤진다. 군수 장비의 노후화도 심각한 상태다. 브라질 시사주간지 <베자>는 군용 헬기 88%가 15년 이상된 구형이며, 해군 군함 21대 가운데 운용 가능한 것은 10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수호이 전투기 24대와 AK-103소총 10만정을 사들이는 등 2005~07년 4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무기를 구입했다. 콜롬비아와 칠레 역시 군비를 눈에 띄게 늘리고 있다. 마르코스 아잠부자 브라질 국제관계센터(CEBRI) 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브라질 정부는 차베스 대통령이 현재로서는 브라질에 직접적인 위협요인이 되지 못하고 있지만, 남미지역의 민주주의와 질서를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미지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편, 브라질은 이달 초 리우데자네이루 남쪽 투피유전 해저에서 50억~80억배럴 규모의 원유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과 선진8개국(G8) 회의 가입도 추진 중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최근 “그동안 정치·경제적으로 남미의 맹주를 자처해 온 브라질이 에너지 강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더욱 입김을 강화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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