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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96> 40년간 제자리 걸음, 왜? 요즘 한국에서는 이명박 당선인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한나라당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 내에 이 운하를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남북한을 합쳐 모두 17개 노선 3100km에 이르는 운하를 건설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대운하 사업은 남미 대수로(Hidrovia) 공사를 연상케 한다. 남미 국가들이 이미 40여 년 전에 추진했으나 아직까지 착공조차 미룬 채 도시별 부분적인 수로 확장공사에나 만족하고 있는 대수로 공사.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항을 출발해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브라질 인근을 지나 볼리비아 내륙에 이르는 물경 3442Km의 물길을 열겠다는 야심에 찬 프로젝트는 자금 조달 문제와 환경파괴, 강 주변 어민들의 생활권 위협, 수자원 오염, 홍수위험 등에 대한 경고와 환경단체들의 반대여론에 부딪쳐 오늘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 환경파괴 가능성이 있고 민생과 직결된 위험하고 거대한 이 프로젝트를 5년 내에 완공하겠다고 큰 소리 치고 있는 이명박 당선자에게 남미 대수로 프로젝트의 문제점들은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필자는 남미 대수로 공사위원회자료와 환경단체, 어민대표 등의 주장, 그리고 이 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현지 환경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이 공사가 왜 오늘날까지 지지부진한지에 대한 내막을 살펴보혀 한다. ▲ 남미 대수로공사 청사진. 짙은 청색선 부분이 확장공사 구간이다 ⓒ아르헨티나대수로공사위원회(CIH) 정치 지도자들이 제시한 장밋빛 청사진 남미 국가들간의 전쟁으로 인해 내륙국가가 된 볼리비아와 파라과이는 100여 년이 넘게 대서양 혹은 태평양으로 뱃길을 여는 게 국가적인 숙원사업이었다. 하지만 이들 양국은 칠레와의 외교분쟁 등으로 태평양으로 나가는 뱃길을 포기하고 남미 내륙을 관통하고 있는 파라과이 강과 파라나 강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늘려 바지선을 통해 대서양으로의 진출을 추진하게 된다. 1969년의 일이었다. 그 후 볼리비아와 파라과이는 이 두 강을 끼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우루과이 정부를 설득하게 되었고 드디어 1987년 남미 5개국 외무장관들이 볼리비아의 수도 라 파스에 모여 수로 확장공사 추진을 합의하고 '라 파스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볼리비아와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정부는 1988년 4월 이 프로젝트를 승인함과 동시에 브라질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우선적으로 4억 달러를 투입해 브라질 구간 수로 확장공사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터아메리칸 개발은행의 차관승인으로 남미의 대수로는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당시 인터아메리칸 개발은행은 수로확장과 강 수심을 깊게 파는 준설작업에 15억 달러를 투입하고 수로 운영자금과 환경보호, 지역주민 생계비보조금 등 명목으로 3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로젝트가 본격화되자 남미 5개국 정부 지도자들은 수로완공 이후의 장밋빛 청사진을 미리 제시하며 남미국가들이 금방이라도 선진국이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대수로 공사는 남미대륙의 물류운송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획기적인 프로젝트다. 물류운송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시켜 남미산 각종 원자재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어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농수산물 증산은 물론 각종 광물 자원의 개발 붐이 일어나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드러난 진실과 투자 철회 남미 5개국 정치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대수로 공사는 1988년 9월 외교, 건설, 노동, 환경 등 실무장관들을 위원으로 하는 대수로공사위원회(CIH)를 구성해 분야별 조사활동에 착수했다. 이 위원회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공기 단축을 위한 기술적인 문제와 비용절감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와 더불어 이들은 공사 이후 발생하게 될 환경파괴 문제와 생태계의 변화 가능성, 강 주변 어민들의 생계보조 대책 등도 집중적으로 파악하기 시작했다. 남미의 전문가들은 중국 양쯔강 확장공사 실례와 수로 활용방안 등을 연구하고 이 수로가 자연환경에 마치는 영향도 따져보았다. 이들은 또한 메콩강 유역, 미시시피강 전역, 라인강까지 세계 각국의 수로 활용과 대규모 수로 공사가 주변에 미치는 자연환경의 변화 등도 면밀하게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광범위한 연구결과로 이들 전문가들은 만일 남미 내륙을 관통하는 대규모 수로가 완공되면 세계 최대의 담수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파라과이 인근과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국경지역에 자리잡은 거대한 습지대가 사라질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남미 4개국 국경지대에 자리잡은 거대한 습지대가 사라지면 주변의 자연환경 파괴가 도미노현상을 이루어 남미전역의 생태계가 크게 위협을 받는 것은 물론 기후변화까지 예상된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들 환경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대규모 수로공사는 환경변화는 물론 파라과이 강과 파라나 강을 상수도원으로 삼고 있는 남미 5개국 수천만 명에 달하는 서민들의 식수원을 오염시켜 서민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할 거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수로가 개통되어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많은 바지선들이 이 강을 드나들면서 흘리게 될 기름 등 오물들로 인해 이 지역 토착 원주민들은 물론 5개국 농민들까지 석유보다도 더 고가에 판매되는 아구아미네랄(미네랄워터)을 사 마셔야 할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게 이들 전문가들의 주장이었다. 상수도 오염으로 인한 천문학적인 식수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이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수백만의 토착 원주민들과 지역 어부들이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바지선이 드나드는 강물 속에 그물을 칠 수도 낚싯줄을 드리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 환경전문가들은 거대한 습지대 파괴로 인한 홍수위험도 지적했다. 갑작스럽게 불어나는 물을 흡수해줄 완충지대가 없어져 강물의 범람과 강둑파괴로 인한 농경지와 가옥 침수 등도 감안해야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파괴로 인한 전체적인 피해액과 3442Km에 이르는 강 인근의 5개국 지역주민 보상문제를 생각한다면 대 수로공사는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환경 전문가들과 학계의 연구결과를 받아 든 대수로공사위원회(CIH)는 수로공사로 인한 환경파괴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2005년 6월 이 프로젝트를 전면 수정하기에 이른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대수로 프로젝트에 차관공여를 약속했던 인터아메리칸 개발은행은 대규모 환경파괴 사업에는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며 차관제공 의사를 철회했다. 이는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남미의 대수로 공사가 오늘날까지 지지부진하게 된 이유들이다.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도 남미 대수로공사위원회가 했던 것처럼 공사 시작 전 각계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대규모 공사가 가져올 최악의 사태를 미리 대처하기를 바란다. (프레시안뉴스) 김영길/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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