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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으로 돈버는 발리, 브라질의 보물 [이머징마켓 대표기업을 가다]<2-1>세계 최대의 철광석회사 발리 2008-01-08 09:28 '발리를 아십니까?' 일반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휴양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발리 섬'을 떠올릴 것이다. 세계 최대의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의 발리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브릭스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다르다. 발리라는 이름을 꼭 기억해둬야 한다. 브릭스펀드는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발리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센트로의 발리 본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브릭스펀드는 슈뢰더 브릭스펀드. 슈뢰더 브릭스펀드는 발리에 5.1%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가장 큰 회사인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6.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브라질 전체 투자비중은 23%. 미래에셋 브릭스 업종대표주펀드는 무려 10.8%를 발리에 투자하고 있다. 브라질 전체 투자비중(34.9%)의 3분의 1이나 된다. 발리가 도대체 어떤 기업이길래 그럴까? 발리의 원래 이름은 CVRD였다. '콤파냐 발리 두 리우 도시(Companhia Vale do Rio Doce)'의 약자다. '부드러운 강이 흐르는 계곡'이란 뜻이다. 여기에서 '부드러운 강(Rio Doce)'은 사라지고 '계곡(Vale)'만 남아 새로운 회사명이 됐다. 발리로 이름을 바꾼지는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민영화 이후 문어발식 자회사 정리..광산업에 집중 발리는 세계 최대의 철광석 회사다. 전세계 철광석 공급의 35%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한 마디로 브라질의 풍부한 자원을 캐다 팔아 돈 버는 '복 받은' 회사다. 그러니 최근 3~4년새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겠는가? '중국 효과'로 철강 수요가 급증, 철광석 수요는 물론 철광석 가격까지 하늘로 치솟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카라자스 광산을 포함한 발리의 브라질 내 광산 대부분은 노천광산이다. 땅 속 깊이 팔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은 '있는 자원 갖고 장사하는 발리에 무슨 특별한 경쟁력이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발리 본사가 있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우리를 안내해줬던 한국의 모 기업 직원도 "자원 팔아 돈 버는 회사에 뭐 배울 게 있다고..."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에 호제르 아기넬리 발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반박한다. "사람들은 광산업이 광산만 있으면 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광산업 역시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철광석은 세상에서 가장 흔한 자원이다. 철광석 사업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누구나 투자할 수 있다. 문제는 누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투자할 것인가이다. 투자는 광산에 대한 투자로 끝나지 않는다. 광물을 정제할 공장과 이를 운반할 철로, 항구 등 물류에 대한 투자까지 필요하다. 우리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또 하나는 광산업 역시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광물의 종류에 따라서는 정제하는데 상당히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아기넬리 CEO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하다. 발리를 세계 최대의 철광석 회사, 나아가 세계 2위의 종합 광산회사로 성장시킨 장본인이 그이기 때문이다. 발리는 브라질 정부에 의해 1942년에 설립된 이후 쭉 철광석 회사였다. 그러나 1997년 민영화 전까진 철광석 팔아 번 돈을 광산업과 관계없는 사업에 쏟아 부으며 방만한 경영을 일삼던, '경영'이란 개념 자체를 모르던 삼류 공기업이었다. ◆캐나다 인코 인수로 니켈시장 선두주자로 부상 ▲발리 1층 로비에 전시된 광산모 발리가 본격적인 체질 개선을 시작한 것은 아기넬리 CEO가 취임한 2000년 이후부터. 발리는 아기넬리 CEO 취임 이후 제지, 비료, 산림 등 광산업과 관계없는 자회사를 매각하는 대신 군소 철광석 회사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철광석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 결과 발리가 전세계 철광석 공급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민영화 전의 20% 미만에서 현재는 35%가량으로 높아졌다. 이와 함께 알루미늄, 니켈, 석탄, 구리 등 다른 광산회사를 적극적으로 인수해 광물자원은 다각화하면서 광산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썼다. 이 중 최고의 전략적 판단은 2006년 11월에 캐나다의 니켈회사 인코(Inco)를 인수한 것이었다. 발리는 인코 인수로 세계 최대의 니켈회사로 부상한 것은 물론 인코를 사들인 직후 니켈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이 2006년월말 600억달러 남짓에서 2007년말에는 1700억달러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인코 덕분에 순익이 크게 증가한 결과였다. 발리는 2004년에 모잠비크의 석탄광산 개발권을 확보한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호주의 석탄회사 AMCI를 인수, 석탄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기넬리 CEO는 "석탄은 모든 철강회사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철을 만들려면 철을 녹일 수 있는 열이 필요하고 이 열을 내는 것이 석탄, 그 중에서도 역청탄이다. 철광석과 함께 철강산업 양대 필수자원인 석탄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해 철강회사와의 거래에서 우위를 지켜 나가겠다는 전략이 읽힌다. 발리는 철광석 구매고객인 중국의 바오산스틸, 한국의 동국제강 등과 합작으로 브라질에 철강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철강사업 자체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브라질 정부의 외자 유치 및 산업 발전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아기넬리 CEO는 "철강산업에서 발리의 전략은 소수 지분을 출자해 고객사가 브라질에 투자하게 하고 이를 통해 브라질이 철강을 수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철로•항구 보유..물류사업 비중이 매출액의 7% 철강회사로서는 발리의 지분을 끌여들여 공장을 짓고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다면 괜찮은 거래다. 발리로서는 소액을 투자해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면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다. 발리의 이런 전략은 효과가 있어 이미 5건의 철강공장 건설이 추진 중이다. 여기에 투자되는 돈만 133억달러로 지난해 브라질 철강산업 전체 성장의 74%에 해당한다. 중요한 것은 발리가 브라질뿐만 아니라 호주(알루미늄•석탄), 캐나다(니켈), 남아메리카(구리), 아르헨티나(칼륨), 모잠비크(석탄) 등 해외 광산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 있는 자원 갖고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 아기넬리 CEO의 주장대로 "투자"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발리의 성공 비결을 광산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에서만 찾는다면 발리의 역량을 절반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발리가 광산회사로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자체 철로와 항구를 확보해 철광석을 효율적으로 배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광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역은 브라질과는 지구 반대편인 중국 등 아시아다.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이 없었다면 아시아에서 철광석 붐이 분들 발리는 지금처럼 고수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발리는 브라질 내에 1만Km의 철로와 6개의 항구를 보유하고 있다. 발리는 주문을 받고 농산물, 연료, 건축자재 등도 수송해주기 때문에 이같은 물류 시스템은 발리의 철광석 수출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다. 실제로 2006년 기준으로 발리의 전체 매출액 중 7%가 물류사업에서 나왔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철광석, 알루미늄, 니켈에 이어 4번째로 높다. 발리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 철강산업의 재건을 눈여겨본 식견 있는 정부 관계자의 판단으로 일찌감치 물류 시스템에 투자를 시작했다. 발리는 현재 브라질에서 물류 인프라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기업이다. ◆수력발전소 7개 보유..화력발전소•유전•가스에도 투자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발리가 에너지 기업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발리는 이미 7개의 수력발전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13억달러를 투자해 수력발전소 하나를 더 짓는다. 올해는 화력발전소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이미 파라주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하나를 더 세우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발리는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와 제휴해 유전에도 투자했다. 에너지 투자는 아기넬리 CEO가 취임한 이후 시작됐다. 그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발리는 에너지 부문을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며 "발리의 사업에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며 에너지 투자는 발리의 균형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기넬리 CEO의 이같은 의지는 발리가 브라질 내에서 에너지 사업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민간기업이라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발리는 1997년 민영화 당시 시가총액이 100억달러에서 지난해 말에는 1700억달러로 17배가 급증했다. 민영화 10년간 매출액은 47억달러에서 지난해말 340억달러(추정)로 7배 이상, 순이익은 4억달러에서 120억달러(추정)로 30배가 늘었다. 발리를 민영화할 당시 "브라질의 보물(철광석 광산)을 팔아치운다"는 반대가 많았지만 발리는 정작 '민간에 팔아치운' 이후에야 진정한 '보물'이 됐다. 발리는 뛰어난 CEO의 경영능력에 따라 방만한 문어발 기업이 단 몇 년만에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로 오늘의 발리를 만든 아기넬리 CEO는 브라질 최대의 민간은행인 방코 브라데스코의 임원으로 발리의 민영화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현재 발리의 대주주는 민영화 당시 정부 지분을 매입했던 브라질 철강회사 CSN 주도의 발리파 컨소시엄으로 지분 32.5%를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직도 발리의 성공 비결을 브라질의 풍부한 철광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전세계 철광석 회사 중 가장 저비용-고효율의 회사는 선진국인 호주의 BHP빌리톤이 아니라 브라질의 발리란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머니투데이)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글•권성희, 사진•임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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