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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취임한 알바로 콜롬 과테말라 대통령은 지난 1954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배후에서 조정한 쿠데타로 권좌에서 쫓겨난 하코보 아르벤스 대통령 이후에 50여년 만에 등장하는 좌파 지도자라는 점이 우선 주목된다. 좌파 성향의 '국민희망당'을 창당하고 대권도전 3수 끝에 성공한 콜롬 대통령은 자신을 남미의 어느 좌파 대통령과 동일시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각국은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우선 남미에서 가장 주목받는 좌파 지도자로 꼽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특혜조건으로 제시하는 원유 도입 문제와 관련,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해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콜롬 대통령은 한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 필요한 지혜와 겸손함을 주시기를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이 도와주시면 앞으로 몇 개월 안에 가난과 범죄가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류업 사업가를 거쳐 정치에 뛰어든 그는 내전 와중에서 난민 신세가 된 마야 인디언들에게 귀국을 앞장서 설득하고 그들의 정착을 도왔다. 그는 또 마야 인디언 권익보호 운동을 하면서 그들의 종교의식을 익히기도 했다. 그는 또 대선 기간 중 학교와 병원 건축, 일자리 창조 등 복지 향상과 함께 폭력을 일삼는 마약 갱들을 뿌리뽑기 위해 경찰을 증강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콜롬 대통령이 전임 오스카 베르헤르 보다 더 대통령 업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의 절반이 새 대통령이 가난과 범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작년 11월 2일 대선에서 콜롬이 장군 출신 오토 페레스 후보를 맞아 52%의 득표를 한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막상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면 콜롬 대통령이 당면할 과제는 녹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테말라 인구 1천300만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연명하는 절대 빈곤이 일상화되어 있는 데다 마야 인디언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멸시와 차별이 아직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콜롬 대통령은 경제계 인사들을 불러 자신이 주창하는 '사회조약'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사회조약'은 결국 빈곤퇴치와 경제발전을 위해 기업들의 협조를 요구하겠다는 것인데 기업들이 눈 앞의 이익을 마다하고 콜롬 대통령의 '사회조약'에 얼마나 동참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는 지지기반인 마야 인디언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으나 정작 내각에서 마야 인디언은 문화장관뿐이며 여성 각료도 1명에 불과해 일부에서는 비판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콜롬 대통령은 이 문제를 의식, 차관직에는 다양한 계층의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콜롬 대통령은 취임 100일 동안 치안 확보, 농촌 지원, 학교와 병원 건설 등을 주요 목표로 제시하면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부통령으로 취임한 라파엘 에스파다는 심장전문의다. 그는 미국 휴스턴에 있는 감리교병원에서 근무하다 콜롬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부통령 취임식 날 64회 생일을 맞은 그는 과테말라에서 의학을 공부한 후 미국으로 유학가 텍사스 주에 있는 베일러 대학에서 심장수술을 전공했다. 전문의가 된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국을 방문하면서 무료수술을 해주는 활동을 해왔다. 에스파다 부통령은 의사답게 "과테말라는 아프다. 매우 아프다. 중병상태에 있다"고 진단하고 "그러나 우리가 좋은 시술방법을 채택하고 잘 하면 4년 후에는 많이 좋아질 것이며 20년 후에는 매우 건강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콜롬 대통령과 에스파다 부통령은 유럽에서 이주한 기득권 출신이다. 이들 두 지도자는 앞으로 좌파정책으로 약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기성 경제계를 설득해 개혁에 동참시키고 기득권을 보호하고 있는 법률을 개정, 개혁을 추진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jk@yna.co.kr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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