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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볼리비아가 천연가스를 놓고 활발한 3각 외교를 펼치고 있다. 남미 양 대국인 브라질ㆍ아르헨티나는 각각 에너지 위기설 해소와 고성장세 유지, 볼리비아는 부족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20일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 등 브라질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카를로스 비예가스 볼리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아르헨티나를 방문, 천연가스 공급 확대를 위한 협의를 갖는 한편 조만간 브라질에 자국 내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할 예정이다. 비예가스 장관은 지난 17~18일 이틀간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뒤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5~8월 사이 발생한 대규모 에너지 부족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당시 아르헨티나에서는 전력과 천연가스 부족으로 400여개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고 5천여개 업체가 조업 활동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오는 25일에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갖고 아르헨티나 북부 및 북동부 지역에 대해 볼리비아산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2010년까지 볼리비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을 2천770만㎥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남미대륙 2위 천연가스 보유국인 볼리비아의 하루 평균 천연가스 생산량은 현재 4천200만㎥다. 이 가운데 500만~600만㎥는 내수시장에 공급되고 2천600만~3천200만㎥는 브라질, 나머지 400만~1천100만㎥는 아르헨티나에 수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생산량 확대를 위한 투자재원이 모자란다는 사실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천연가스를 충분히 공급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내수시장 수요량과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에 대한 수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천연가스 생산량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지난 2006년 에너지 산업 국유화를 선언한 이후 다국적 기업의 투자가 중단된 데 따른 영향이 천연가스 생산 차질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볼리비아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브라질의 투자 확대 필요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달 16~17일 볼리비아를 방문,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를 통해 오는 2011년까지 7억5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볼리비아는 국유화 선언 이후 투자 부족으로 감소한 천연가스 생산량을 다시 늘리기 위해서는 브라질의 투자 규모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18일 룰라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브라질 카니발이 끝난 뒤인 오는 13일 알바로 리네라 부통령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이 브라질을 방문할 것"이라면서 페트로브라스의 투자 확대를 고려해줄 것을 요청했다. 후안 라몬 킨타나 볼리비아 내무장관은 지난 17일 아르헨티나 국영통신 텔람(Telam)과의 회견에서 "브라질은 현재 전력난에 따른 에너지 위기설로 시달리고 있고,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3년 이후 이어온 높은 경제성장세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볼리비아산 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위해서는 브라질의 추가 투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와 함께 자국산 천연가스의 대(對) 브라질 수출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천연가스가 거의 유일한 수출품목인 볼리비아로서는 수출가격 인상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천연가스 생산시설을 현대화해 생산량과 수출량을 늘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성장의 묘책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중미.카리브 지역을 포함해 중남미 모든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천연가스 수입 때문에 볼리비아에 대해서만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브라질로서는 수출가격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입장이다. 빠르면 2008~2009년 또는 2010~2012년 대규모 전력난이 우려되는 브라질과 연평균 8~9%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는 아르헨티나, 만성적인 투자 부족으로 고민하는 볼리비아가 서로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fidelis21c@yna.co.kr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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