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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기술의 상징 `엠브라에르` [[이머징마켓의 어메이징 기업]<5-1> [최대 중소형 항공기 생산업체] 2008.1.22 엠브라에르는 미국의 경제지 포천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되지 못한다. 2006년 매출액이 38억달러. 포천 500대 기업의 마지막 500위를 차지한 기업의 2006년 매출액이 148억달러이니 포천 500대 기업은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브라질 기업을 논할 때 엠브라에르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브라질 기술력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엠브라에르는 중소형 항공기 생산업체다. 전세계 중대형 항공기 시장은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양분하고 있다. 중소형 항공기 시장은 캐나다의 봉바르디에와 엠브라에르가 양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 4대 항공기 생산업체 중 하나가 엠브라에르다. 항공기 사업 특성상 엠브라에르는 매출액의 96.4%가 수출일 정도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다. 500대 기업의 마지막 500위는 공교롭게도 엠브라에르의 경쟁사인 봉바르디에. 엠브라에르가 매출액 38억달러로 봉바르디에의 148억달러에 비해 1/4 수준에 불과하다. 경쟁 관계라고 하기엔 규모 차이가 너무 난다. 직원 수도 엠브라에르가 2만3700여명으로 5만6000명인 봉바르디에의 절반도 수준도 안 된다. 하지만 덩치가 아니라 순익으로 비교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엠브라에르의 2006년 순익은 3억9000만달러. 봉바르디에의 2억6800만달러보다 1억달러 이상이 더 많다. 절반 수준의 직원과 1/4에 불과한 매출 규모로 더 많은 순익을 내니 직원 1인당 순익이나 이익률이 봉바르디에의 몇 배 수준인지 가히 짐작이 간다. 주당순이익도 엠브라에르가 0.99달러로 봉바르디에의 0.14달러보다 7배 이상 더 많다. 크기는 작지만 `매운 고추`가 엠브라에르다. 엠브라에르가 판매하는 항공기는 3종류. 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30~120석 규모의 상업용 항공기, 기업과 개인 갑부들을 대상으로 한 소형 비즈니스 항공기, 정부 대상의 군용기 등이다. 이 중 중소형 상업용 항공기 시장은 엠브라에르가 47%를 점유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다. 소형 비즈니스 항공기 시장에서도 봉바르디에와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엠브라에르가 지금처럼 잘 나가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엠브라에르는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언제 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회사였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엠브라에르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과잉 투자를 일삼는 공기업의 구태에 젖어 있다 브라질을 뒤흔든 살인적인 초인플레이션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엠브라에르가 정부의 지시로 아르헨티나와 공동 개발한 항공기는 빚만 잔뜩 남긴 채 단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으로 브라질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니 해외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994년에 민영화되기 직전 엠브라에르는 매출액이 2억5000만달러에 손실이 3억1000만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최악의 실적을 냈다.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은 것은 민영화 이후다. 물론 감원과 임금 삭감 등 경비 절감책이 따랐다. 하지만 이것이 엠브라에르를 살린 결정적 비책은 아니었다. 엠브라에르를 살린 것은 새로운 시장 개척이었다. 엠브라에르는 1990년대 중반까지 30석이 넘는 항공기를 제작한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30석 규모의 터보엔진 항공기를 만들어 군용기나 일부 개인용으로 팔아온 게 전부였다. 이런 엠브라에르가 언제 망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항공사를 상대로 50석 이상의 상업용 항공기를 만들어 팔겠다고 나섰다. 당시 50석 규모의 상업용 항공기는 봉바르디에가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며 독주하고 있었다. 또 100석 이상의 상업용 항공기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각축장이었다. 엠브라에르는 우선 50석 규모의 제트기를 개발, 봉바르디에가 석권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들었다. 봉바르디에는 기존 항공기를 개조해 50석 항공기를 만든 반면 엠브라에르는 30석 이상의 항공기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어 설계부터 완전히 새로 해야 했다. 흥미로운 점은 완전히 백지에서 항공기를 개발했던 덕분에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었고 이 결과 봉바르디에보다 더 편안하고 가벼운, 그러면서 가격도 더 싼 50석 항공기를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50석 항공기는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어 1997년에는 엠브라에르 총 매출액의 60%를 차지하게 됐다. 엠브라에르로선 없던 매출을 새로 만든 셈이니 회사는 이 때부터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도전은 보잉과 에어버스, 봉바르디에가 모두 간과하고 있던 새로운 틈새시장 개척이었다. 당시 항공기는 50석 이하가 아니면 106석 이상이었다. 봉바르디에와 엠브라에르는 50석 이하 항공기를 만들었고 보잉과 에어버스는 주로 106석 이상의 항공기를 제작했다. 하지만 미국 교통부에 따르면 국내선 항공은 61% 이상이 승객수가 70~110명 사이였다. 시장은 이렇지만 70~110석 규모의 항공기가 없으니 국내선 항공사들은 값비싼 100석 이상의 항공기를 구입해 좌석을 비운 채 운항할 수밖에 없었다. 엠브라에르는 시장의 이런 틈새에 착안했다. 마우리시우 보텔로 엠브라에르 최고경영자(CEO)는 2004년에 "크기가 맞지 않은 항공기로 운항을 하니 항공사가 손해를 보는 것"이라며 70~122석 규모의 170/190 시리즈를 선보였다. 170은 좌석수 70~80석, 175는 78~88석, 190은 98~114석, 195는 108~122석이었다. 이 중 핵심은 기존에 없던 70~100석 항공기였다. 엠브라에르의 170/190 시리즈는 대히트였다. 170/190 시리즈는 국내선 항공의 고객수에 꼭 맞은 크기로 기존 항공기보다 규모가 더 작으면서도 실내가 넓고 편안했다. 또 규모가 작으니 당연히 가격도 쌌고 연료비도 덜 들었다. 특히 미국의 저가 항공사인 젯블루는 170/190의 열렬한 팬이 됐고 US에어라인도 국내선 항공기는 엠브라에르의 170/190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0~100석 규모의 항공기가 인기를 끌자 봉바르디에는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소형 상업용 항공기 시장의 경쟁자 없는 1위로 좋은 시절을 누렸던 봉바르디에로선 망할 줄 알았던 엠브라에르로부터 한 방 얻어 맞은 셈이다. 이 가운데 중소형 시장을 놓고 경쟁하던 미국의 페어차일드 도니어는 파산했다. 엠브라에르는 위기에 봉착했을 때 `살 빼기`에만 주력하지 않았다. 살만 뺐다면 고급 인력이 필요한 항공기 산업에서 벌써 퇴출되고 말았을 것이다. `살 빼기`와 함께 `새로운 몸 만들기`도 함께 했던 덕분에 `죽다 살아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몸 만들기`의 핵심은 역시나 시장에 맞은 기술 개발, 상품 개발이었다. 엠브라에르는 매출 규모가 봉바르디에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연구개발(R&D) 투자는 1억1270억달러로 봉바르디에의 1억7300억달러에 맞먹는다. 2006년 한 해 기준으로는 R&D 투자가 매출액의 3% 수준이다. 2000년부터 6년간 전체 R&D 투자는 전체 매출액에 6%에 달했다. 엠브라에르는 또 신입직원에 대해 항공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과 재무에 대해서도 훈련시킨다. 기술을 중시하지만 기술 지상주의가 아니라 시장과 고객 중심의 기술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 때 파산 직전에 몰렸을 때 직원들이 감원과 임금 삭감에 동참해준데 대한 대가로 매년 이익분배(Profit Sharing)를 실시하고 있다. 2006년엔 이익의 11%에 해당하는 4270만달러를 이익분배금으로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엠브라에르는 상파울루시에서 남동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1시간40분쯤 가야 나오는 산업도시 상 호세 도스 캄포스에 위치하고 있다. 이 곳에서 엠브라에르는 선진국 기업들을 부품업체로 부리며 세계적 수준의 항공기를 직접 디자인하고 조립하고 있다. 이머징마켓 기업으로선 드물게 선진국 기업들에 아웃소싱을 주는 첨단 기업이 엠브라에르다. (머니투데이) 상호세도스캄포스(브라질)=권성희, 임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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