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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중도좌파 4년만에 재집권…새로운 변화 모색 2014/03/12 각종 제도 개혁, 개헌 추진 예상…남미 중시 외교 전망 성장둔화, 인플레 압력, 공공서비스 개선 요구 확산은 부담 칠레 중도좌파 진영은 11일 (현지시간) 미첼 바첼레트(62·여) 대통령 취임으로 4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중도좌파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1973∼1990년)이 붕괴한 이후 20년간 집권했다. 그러나 2009년 말∼2010년 초 대선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을 앞세운 보수우파에 정권을 내주었다. 지난 2009년 대선에서 사회당·기독교민주당·민주사회당·급진당 등 4개 정당으로 이루어진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Concertacion)은 에두아르도 프레이 전 대통령(1994∼2000년 집권)을 후보로 내세웠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식상한 인물' 프레이를 외면했고, 20년간 계속된 콘세르타시온의 헤게모니는 무너졌다. 군사독재 종식을 내걸고 1988년에 출범한 콘세르타시온은 국가 현대화와 민주주의 발전,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집권 기간이 길어지면서 변화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나태해졌으며, 국민은 그런 콘세르타시온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중도좌파는 2009년 대선 패배와 4년간의 보수우파 정권을 거치면서 스스로 변화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국민의 심판을 피하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중도좌파는 지난해 말 대선에서 콘세르타시온의 외연을 넓힌 '누에바 마요리아'(Nueva Mayoria)를 구축해 대선 승리를 끌어냈다. '누에바 마요리아'에는 중도좌파에서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독교민주당부터 공산당까지 크게 7개 정치세력이 참여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연기금 확충과 조세제도 및 선거제도 개선, 대학 무상교육 확대 등 각종 개혁작업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바첼레트는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교육개혁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2015년까지 조세제도 개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교육개혁 문제는 2010년부터 사회적 쟁점이 됐다. 학생들은 칠레의 교육 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불평등하다고 주장하면서 피노체트 군사정권의 유산인 시장 중심 교육제도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칠레의 교육제도는 공립학교 몰락과 빈부 교육격차 확대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바첼레트는 개헌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헌법은 피노체트 집권 시절인 1980년에 국민투표로 제정됐다. 리카르도 라고스 전 대통령 정부(2000∼2006년) 때인 2005년 비민주적 조항에 대한 부분 개헌이 시도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바첼레트의 재집권으로 칠레 외교의 초점이 상당 부분 남미로 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임자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은 2012년 6월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와 함께 태평양동맹을 결성했다. 태평양동맹은 중도좌파가 대세를 이루는 남미에서 친미(親美) 동맹체로 일컬어진다. 바첼레트는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 정부의 외교 분야 고위 관계자는 피녜라가 태평양동맹을 우선한 것과는 달리 바첼레트는 브라질이 이끄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의 관계도 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4년 만에 대통령직에 화려하게 복귀한 바첼레트에게 경제 문제는 가장 큰 과제다. 칠레 경제는 성장둔화와 인플레 상승 압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3년 1월 대비 올해 1월 성장률은 1.4%를 기록했다. 대규모 강진 피해가 발생한 직후인 2010년 3월 이래 가장 낮다. 2011년 3월 13.6%, 2013년 3월 6.4%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강한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는 올해 들어 중국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워졌다. 올해 성장률은 3.8% 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인플레율은 0.5%로 집계됐다. 2월 기준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무상교육 확대를 비롯해 공공서비스 개선 요구가 갈수록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재원 마련을 위해 세금 인상을 추진할 수 있으나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집권 기반이 콘세르타시온에서 '누에바 마요리아'로 넓어진 점은 바첼레트에게 더 많은 정치력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누에바 마요리아'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정치세력으로 이루어진 만큼 바첼레트로서는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이해 조정과 합의 과정에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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