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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의회가 24일 피델 카스트로의 후계자를 선출하겠지만 남미에서 '혁명의 아이콘'으로 대접을 받아온 카스트로의 이념적 후계자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라고 AFP 통신은 분석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몇 년 동안 스승 카스트로 보다 어떤 경우에는 더 강력하고 요란하게 미국 정부와 미국 정부로 상징되는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면서 경제위기에 봉착했던 쿠바에 하루 9만2천 배럴의 원유를 제공하는 등 구원자 노릇을 하면서 남미 좌파의 '모범생'으로 활약했다. 차베스는 풍부한 오일자금을 바탕으로 남미 전역에서 사회주의 이념을 전파했으며 그 결과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그리고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과 같은 좌파지도자들을 품안의 동지로 얻었다. 카스트로가 대통령직을 더 이상 수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차베스 대통령은 19일 한 병원 개원식에서 "쿠바혁명은 한 사람, 한 시기 그리고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카스트로는 어떠한 것도 포기하거나 유기하지 않았다. 그는 쿠바와 남미혁명에서 그가 메워야 할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스트로의 은퇴결심은 잘 검토한 것이며 시기적으로도 절묘했다고 차베스는 높이 평가하고 "카스트로는 모든 일에 항상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피델과 같은 사람은 절대 은퇴하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차베스는 이어 카스트로의 은퇴 결정은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사임이 아니라 자신을 고양하는 조치"라고 규정하고 "이것은 카스트로를 권력욕에 사로 잡혀 있다고 비난한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고 공격했다. 차베스는 그동안 그가 진행해 온 주례 일요연설에서 종종 카스트로를 찬양했으며, 공개적으로 '총사령관(엘 코만단테)'이라며 명령 전달체제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두었다. 차베스의 극진한 예우에 호응하여 카스트로는 차베스가 지난 2004년 대통령직에 재도전할 때 수 천명의 의료진과 사회봉사요원을 베네수엘라 빈민층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파견하는 등 배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베네수엘라에는 3만6천명의 쿠바인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남미 좌파 세력의 맹주로 부상한 차베스의 야심은 지역협력체 '미주(美洲)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을 매개로 남미를 통합하는 데 있다. 차베스와 카스트로가 뜻을 합쳐 출범시킨 ALBA에는 볼리비아와 니카라과가 흔쾌히 참여했다. ALBA에서는 각국이 참여하는 공화연방 체제를 구축하고 국경을 초월하는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각국이 개헌해야 한다는 의견이 활발하게 개진됐다. 그러나 이같은 원대한 구상은 차베스의 종신집권 욕심을 담은 개헌안이 작년 12월 국민투표에서 부결됨으로써 일단 난관에 봉착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차베스가 카스트로를 '정신적 지주'로 받들면서 양국 관계는 절친한 동맹으로 발전했다. 우선 지난 2007년 양국 교역량이 26억 달러로 지난 2001년의 4억 달러에 비교해 무려 5배나 증가한 것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양국은 또 올해 76개의 각종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는 데 그 규모가 14억 달러에 이르며 양국 합작 기업 수가 26개나 된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남미좌파의 큰 나무 카스트로의 그늘에서 이념의 후계자로 자리를 굳힌 차베스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스승 카스트로가 남긴 공백을 메우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동지들을 다독거리며 사회주의 이념을 실천에 옮겨나갈 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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