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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베네수엘라, 20년 만에 휘발유 소비자가 대폭 인상 2016/2/18 ℓ당 휘발유값 최대 6천86%나 올려…화폐가치 평가절하도 단행 국가부도의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가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거의 공짜나 다름없던 휘발유 소비자가를 대폭 인상하고 자국 화폐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경제난 극복을 위한 휘발유 소비자가 인상과 자국 화폐 가치 평가 절하를 선언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방송 연설에서 "경제 위기 해결 압력이 커짐에 따라 고급 휘발유의 소비자가격을 올리겠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휘발유 가격 인상은 1996년 이후 20년 만이다. 옥탄가 91짜리 휘발유는 현재 ℓ당 0.07볼리바르에서 1볼리바르로 오른다. 상승률은 1천329%다. 옥탄가 95짜리 휘발유는 0.097볼리바르에서 6볼리바르로 올라 가격이 6천86% 상승한다. ℓ당 6볼리바르는 이날 기준 공식 고정환율을 적용하면 1갤런(약 3.78ℓ)당 11센트(약 134.97원)에 불과해 인상 후에도 베네수엘라의 휘발유 가격은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볼리바르화 평가 절하를 포함한 한 환율 체제 변경 방안도 밝혔다. 그간 환전 주체와 외화 사용 용도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했던 공식 환율은 두 종류로 단순화된다. 식료품과 의약품 등 정부가 승인한 생필품의 수입에 적용되는 환율은 현행 미국 달러당 6.3볼리바르에서 37% 절하된 달러당 10볼리바르로 바뀐다. 달러당 203볼리바르로 고정됐던 SIMADI 환율은 변동환율제로 전환된다. SIMADI는 환전소와 은행 등에서 개인이 달러를 취득할 때 적용되는 환율이다. 베네수엘라의 다중 환율 체제는 볼리바르화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부패가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암시장에서 베네수엘라 화폐는 1천 볼리바르 이상을 줘야 1달러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가치가 매겨진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베네수엘라의 휘발유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 가격 인상은 필요한 조치"라며 "가격 인상으로 연간 8억 달러(약 9천792억 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는 2013년 석유 보조금으로 152억 달러(약 18조 원)를 지출했다. PDVSA의 휘발유 1ℓ 생산 비용은 2.7볼리바르로 가격 인상 이전에는 휘발유를 판매하는 족족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가격 인상 이전 베네수엘라에서 승용차 한 대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 비용은 1달러가 채 되지 않을 정도였다. 미국의 한 컨설턴트는 "지금처럼 계속 손실을 보면서 석유를 팔 수는 없다. 석유 보조금은 PDVSA의 커다란 재정적 부담"이라며 "PDVSA의 관점에서는 모든 형태의 완화 조치가 긍정적이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그러나 휘발유 가격 인상이 인플레이션과 물자 부족으로 신음하는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는 1989년 저유가로 인한 경제 위기를 맞아 휘발유 가격을 올렸다가 전국적인 폭동이 일어나 수백 명이 사망한 바 있다. 1999∼2013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석유 가치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반발을 우려해 한 번도 휘발유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10년 넘게 휘발유를 비롯한 각종 생필품 가격 통제, 기업 국유화, 공공지출 확대 등 선심성 조치가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의 예산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으로 뛰었다. 국제 유가가 높을 때는 적자를 감당할 수 있었으나 2014년 고점 대비 70% 하락하자 수출 소득의 96%를 석유에 기대던 베네수엘라가 가장 큰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 소득 감소는 외화 차입으로 이어져 외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볼리바르화 가치는 폭락을 거듭하자 마두로 대통령이 결국 휘발유 가격과 고정환율에 칼을 댔다. 베네수엘라의 채무불이행 선언을 우려하는 미국 금융계는 이날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100억 달러(약 12조 원)에 달하는 베네수엘라의 부채와 자금난을 해결하기엔 여전히 불충분한 것으로 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달러당 6.3볼리바르에서 10볼리바르로 가치를 낮춘 것은 유의미한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휘발유 가격은 정기적으로 조정해야만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jk@yna.co.kr 106.247.8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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