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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인 83% 지지했던 대통령 룰라의 추락…현정권까지 '휘청' 2016/03/05 호황기에 인기절정…퇴임 후 부패스캔들 연루돼 경찰조사 '후계자' 호세프 현 대통령, 임기 못 마칠 가능성 커져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은 대통령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브라질의 룰라 다 시우바. 8년 임기를 마치고 2010년 퇴임할 때 지지도는 무려 83%였다. 브라질이 호황을 누리다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은 지금 룰라도 이 나라 경제와 같은 처지가 됐다. 그는 4일(현지시간) 상파울루 교외에 있는 자택으로 경찰이 들이닥치는 수모를 겪었다. 브라질을 뒤흔들고 있는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그는 몇 시간 조사를 받고서야 풀려났다. 이날 그의 집 앞에서는 경찰 수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 인기 절정의 남미 중도좌파 대부에서 부패 정치인 낙인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룰라의 재임 기간에 약 2천만명의 브라질인이 가난에서 벗어났다. 임금은 올라갔고 자동차와 세탁기, 평면 TV를 소유한 사람들도 늘어났다. 룰라가 재직한 2003∼2010년은 세계의 원자재가 호황을 누린 시기다. 원자재가 풍부한 브라질의 경제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룰라와 그가 이끈 노동자당(PT)은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룰라는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지도자였다. 브라질 북동부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상파울루로 이사한 룰라는 12살 때부터 구두를 닦다가 학교를 그만두고 금속 공장 노동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사고로 손가락을 하나 잃기도 했다. 그는 노동조합 지도자로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1980년 노동자당을 결성한 이후 3차례 시도 끝에 2002년 브라질 최초의 노동계급 출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퇴임 후에도 브라질 정치권의 막후 실력자이자 남미 중도좌파의 대부로 불렸다. 그러나 브라질에서 가장 사랑받은 정치인이라는 그의 이미지는 페트로브라스 스캔들 수사 이후 나락으로 떨어졌다.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룰라는 정직한 정치인'이라고 답한 사람은 지난해 8월 49%에서 올해 1월 25%로 급감했다. '룰라도 다른 정치인들처럼 부패하다'고 답한 사람은 같은 기간 49%에서 67%로 급증했다. 브라질 검찰은 룰라가 페트로브라스와 관련된 건설회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개인적으로, 그리고 선거운동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룰라가 자주 드나든 주택 2채의 개보수 비용을 댄 건설회사들이 페트로브라스와의 계약을 따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또 스캔들에 연루된 5개 대형 건설사들이 룰라연구소에 2천70만 헤알(약 66억원)을, 그의 회사인 LILS 팔레스트라스에는 1천만 헤알을 냈다는 의혹도 있다. 룰라는 이날 조사를 받고 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혐의를 부인했다. ◇ 룰라 후계자 호세프 임기 못 마칠 가능성 커져 위험에 처한 것은 룰라만이 아니라 그가 손수 낙점한 정치적 후계자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원자재 가격 폭락의 직격탄을 맞은 브라질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8%로 25년만에 최악을 기록한 가운데 호세프의 지지도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2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15개월밖에 안 지난 호세프가 뒤를 받쳐주던 룰라를 잃고 4년 임기를 마치지 못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고 FT와 로이터는 전했다. 우드로윌슨국제센터의 브라질연구소장인 파울로 소테로는 "룰라가 이런 상황이라 지우마는 완전히 고립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은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다. 이 당의 상원 지도자인 카시오 리마는 기자들에게 "호세프 정부는 끝났다"면서 "헌법적 방법 즉, 탄핵이나 새로운 선거를 즉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세프가 권력을 잃으면 브라질을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로 몰아넣은 경제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날 브라질 증시와 헤알화 가치는 적어도 수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보페스파 지수는 이날 개장 직후 급등했으며 4.0% 상승 마감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은 이날까지 이틀 연속으로 긴급회의를 열어 수사 확대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측근들과 논의했다. 전날에는 노동자당의 델시디오 아마랄 상원의원이 검찰에서 플리바겐(감형 조건의 혐의 시인)으로 호세프의 부패에 대해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와 정부를 충격에 빠뜨렸다. 호세프의 한 참모는 "개혁은 물 건너 같다. 브라질은 마비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룰라와 호세프 모두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랄 의원의 검찰 진술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 선거운동에서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의 조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결과에 따라 선거가 무효로 될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kimyg@yna.co.kr 106.247.8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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