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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아이티에서 수 백만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식료품을 실은 컨테이너들이 항구에서 까다로운 행정수속 때문이 통관이 늦어지면서 수 t의 콩, 쌀 등이 열대의 높은 기온 속에 썩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아이티 당국은 항구에서 부패가 심해 밀수가 성행하고 콜롬비아에서 생산된 마약이 아이티 항구들을 거쳐 미국으로 간다는 지적에 따라 통과절차를 까다롭게 했는 데 엉뚱하게도 수입식품 통관이 어려움을 겪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티에서 굶주림에 지친 서민들이 쓰레기 더미를 뒤져 먹을 것을 찾아 겨우 연명하고 있는 데 컨테이너에 있는 식료품을 폐기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에 본부를 두고 있는 자선단체 '자선과 나눔의 재단'에서 파견나온 수지 스콧 크라바처는 "식품이 통과됐을 때 이미 기한이 지나 할 수 없이 소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히고 "바로 눈앞에 있는 식료품이 굶주리는 사람들 손에 가기까지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탄식했다. 아이티는 소비식료품의 75%를 수입하고 있는 데 인구절반에 해당하는 300만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만큼 식료품 공급에 조금만 차질이 있어도 서민들은 곧바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 유엔 식량프로그램과 미국의 대규모 농산물 업자들은 현지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그나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통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으나 규모가 작은 자선단체와 영세업자 그리고 일반 시민들은 복잡한 통과절차에 지쳐 컨테이너에 있는 물건 찾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자주 있으며 때로는 엄청난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는 세계은행이 아이티를 카리브해 지역에서 가이아나 다음으로 비합리적이고 부패한 통관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 후 개선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작년 가을 아이티 당국이 통관절차 개혁에 착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티의 부두들은 무법천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뇌물만 주면 물품에 대한 확인이나 관세 부과도 없이 통관이 쉽게 이뤄져 아이티 정부로서는 관세수입이 빠져나갔고 콜롬비아에서 생산된 마약은 미국으로 가는 길로 아이티 부두들을 선택했다. 국제사회는 아이티 정부에 개혁을 촉구했다. 미국 정부는 항만 보안 부분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으며 유엔 평화유지군은 밀수를 막기위해 해안과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국경에 대한 경계 강화를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서 제도를 운영할 숙련한 인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고 컴퓨터와 같은 첨단장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아직 문서 하나 하나를 육필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컨테이너의 5% 정도를 직접 검사하는 관행과 달리 아이티에서는 모든 컨테이너를 풀어 하나하나 조사한다는 원칙에 세워 일처리는 늦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뇌물수수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캐나다인 장-폴 미쇼는 옷, 의약품 등 60파운드의 기부물품을 갖고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항구에 도착했는 데 당국이 1만 달러의 '관세(뇌물)'을 요구했다면서 가지고 온 기부물품을 바닷물에 던지고 싶었으나 캐나다 대사관이 개입해서 겨우 통관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아이티 정부는 현재 행정체제로서는 항만에서 통관이 지체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물류에 초점을 맞춘 기관과 관세만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2개 부서로 분리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르네 프레발 대통령이 지난 1월 밀수를 근절하고 이웃 도미니카 공화국에 비교해 무려 3배나 높은 컨테이너 비용을 인하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한 후 의원들이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아직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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