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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놀라운 비극" vs "재협상 당연" 쪼개진 콜롬비아 민심 2016/10/03 "여론조사 땐 평화 반대한다는 인상 줄까봐 마음 숨겨" 예상을 뒤엎은 평화협정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2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시민들의 표정은 둘로 나뉘었다. 보고타 거리에서 만난 콜롬비아인들은 찬성 49.78%, 반대 50.21%라는 팽팽한 찬반 비율을 대변하듯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한다는 시민 알레한드로 산체스(37)는 "당연히 재협상했어야 할 협정이었다"며 "그대로 통과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여론조사에선 평화에 반대한다는 인상을 줄까 봐 의견을 감췄던 시민들이 행동에 나선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민투표가 시행되기 전까지 콜롬비아에서 있었던 대부분 여론조사 결과에선 평화협정 찬성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반대 의견이 높게 나타난 일부 조사가 있기는 했으나 대세에 지장은 없다는 것이 국내외의 주된 평가였다. 보고타 시내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밀레나 시에라(22)도 "평화협정이 통과됐으면 반군들의 사회 정착을 위해 지원해줘야 할 사항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 곳에 들어갈 세금이 아까웠기에 나는 줄곧 협정에 반대했다. 오늘은 일하면서 돈을 버느라고 투표하러 가지도 않았지만 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마치고 친구들과 파티라도 열고 싶은데 선거일 전후로 술을 팔지 못하도록 한 법령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기쁨을 표했다. '반대파' 시민들이 투표 결과에 힘을 얻어 목소리를 높인 것과 달리 협정 무산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보내는 시선도 있었다. 마누엘 부르고스(58)는 "나는 보고타에 살지만, 농촌 지역에 있는 친척들도 많다. 그들이 반군과의 내전으로 큰 고통을 겪으며 살아온 것을 잘 알기에 나는 이번 국민투표가 통과돼 평화가 정착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부르고스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찬성 측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와 마침내 내 나라에도 평화가 찾아오나 했는데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놀라운 비극"이라고 아쉬워하면서도 "앞으로 있을 정부의 후속 조치에서 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기대를 놓지 않았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한 한국인 직원은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 찬성 비율이 압도적일 때도 사무실에서 현지인 직원들끼리 평화협정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서로 싸우는 바람에 말린 적이 있다"며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첨예한 대립이 투표에서 표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투표에서 평화협정이 가결되면 콜롬비아가 수상할 것이 유력시됐던 노벨 평화상에 대한 기대도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편의점 직원 시에라는 "노벨상을 받는 것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안정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으냐"며 "세금이 오른 결과로 받는 노벨상이라면 없는 것이 낫다"고 잘라 말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을 비롯한 콜롬비아 정부는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맺은 평화협정의 국민투표 통과에 명운을 걸다시피 했다. 역대 콜롬비아 선거 최초로 점자 투표용지를 도입해 맹인들이 쉽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전 비틀스 멤버인 링고 스타와 유명 록그룹 U2의 보노를 초청해 콘서트를 열고 찬성표를 호소했다. 콜롬비아가 낳은 세계적 팝스타 샤키라는 물론 당대 최고의 콜롬비아 축구 선수 라다멜 팔카오도 '찬성' 캠페인에 동참해 힘을 보탰지만 채 1%가 되지 않는 작은 틈은 끝내 메워지지 않았다. FARC가 설립된 1964년부터 유혈 분쟁이 이어진 콜롬비아에선 지금까지 내전으로 22만 명 이상이 숨지고 800만 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2012년부터 FARC와 평화 협상을 벌여 지난 7월 쌍방 정전, 8월 평화협정문 발표에 이어 지난달 26일 내·외빈을 초청해 성대한 평화협정 서명식까지 열었지만, 국민투표 부결로 위기에 처했다. (보고타=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jk@yna.co.kr 106.247.8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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