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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상 산토스는…'유혈강경파'서 '비둘기'변신해 52년 내전종식 2016/10/07 국방부 장관 시절 FARC 공격 주도…매파에서 비둘기파로 변신해 평화 협상 주도 (보고타=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과거 반군과의 유혈 대결에 앞장섰던 콜롬비아의 후안 마누엘(65) 산토스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의 영예를 안았다. 7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평화협정 가결 직전까지 갔던 콜롬비아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의 협상을 이끈 산토스 대통령을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1964년부터 내전을 치른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지난달 평화협정 서명식을 치르고 노벨상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으나 이달 2일 국민투표에서 협정이 부결되면서 밀려나는 분위기였다. 콜롬비아 평화협정은 국민투표에서 찬성 49.78%, 반대 50.21%로 부결됐다. 반대표와 찬성표의 표차는 5만7천표였고 투표율은 37%였다. 그러나 노벨위원회는 "50년 이상 계속된 내전을 끝내려는 산토스 대통령의 확고한 노력을 인정해 노벨상을 수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국민투표 부결에도 평화협정의 취지를 지켜가라는 격려와 촉구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토스 대통령은 FARC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와 2012년 11월부터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정부와 FARC의 역대 4번째 평화 협상을 해오면서 평화협정 타결에 전력을 쏟아왔다. 산토스 대통령은 국민투표에서는 실패를 맛봤지만 노벨 평화상이라는 최고 권위 상을 받으면서 다시금 내전 종전과 평화 달성에 도전할 동력을 얻었다. 영국 BBC는 산토스 대통령의 극적인 변신을 "매(hawk)에서 비둘기(dove)로"라는 한 마디로 요약했다. 한때 콜롬비아 정규군을 이끌고 FARC 토벌에 앞장섰던 산토스 대통령은 2010년 평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엔 전쟁 대신 협상을 진두지휘하면서 자신의 정치 생명을 평화협정 타결에 걸어 노벨상을 안았다. 산토스 대통령은 1938∼1942년 콜롬비아 대통령을 지낸 에두아르도 산토스 몬테호와 2002∼2010년 부통령을 지낸 프란시스코 산토스 칼데론 등을 배출한 콜롬비아의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산토스 대통령은 미국 캔자스대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와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공부했으며 콜롬비아의 가장 강력한 경제 단체인 커피재배자협회에서 근무하는 등 전형적인 콜롬비아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다. 그의 가문이 소유한 콜롬비아 최대 일간 '엘 티엠포'의 부국장을 지내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산토스 대통령은 1991∼1994년 대외무역부 장관, 2000∼2002년 재무부 장관 등 공직에서도 경력을 만들었다. 산토스 대통령은 역설적이게도 현재 가장 강력한 정치적 경쟁자이자 평화협정 반대파의 거목인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요직인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돼 앞으로 자신이 풀어갈 정치의 큰 틀을 그리기 시작했다. 현 상원의원인 우리베 전 대통령은 2002∼2010년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부친이 FARC에 납치돼 살해된 기억을 바탕으로 FARC 토벌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우리베 전 대통령은 공약 실천을 위해 내각을 구성하면서 콜롬비아 정부의 핵심 보직 중 하나인 국방부 장관 자리에 산토스를 앉혔다. 산토스 당시 장관은 굵직한 군사 작전 여러 건을 지휘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5년 넘게 FARC에 납치됐던 정치인과 인질 14명을 무사히 빼내온 것을 비롯해 2008년 이웃 국가 에콰도르 영토에 있는 FARC 기지를 예고 없이 폭격, FARC 고위 간부 라울 레예스를 사살하기도 했다. 에콰도르가 주권 침해를 주장하며 외교 분쟁이 발생했고 이 시기 콜롬비아군이 민간인을 죽이고는 반군으로 꾸며 전투 성과를 과장했다는 증거가 폭로돼 스캔들로 비화하기도 했지만 '강경파' 산토스에 대한 지지는 높았다. 장관 시절 쌓은 인기를 토대로 2010년 대선에 나선 산토스는 '민주주의적 안보'라는 표어 아래 우리베 정부의 정책을 상당 부분 계승, 콜롬비아 선거 사상 역대 최고 수준 득표율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당선 이후 보수파 우리베 정부와 사이가 나빴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좌파 정부와 관계를 정상화하고 전 정권의 주요 인사들을 부패 등 혐의로 처벌하는 등 우리베 전 대통령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 정부와 FARC가 비밀리에 협상 중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산토스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면서 전·현직 대통령은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됐고, 산토스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2014년 우리베 전 대통령이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관계는 극도로 악화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재선 도전 당시 '평화 협상 지속'이라는 공약으로 근소한 승리를 거뒀지만, 협상의 결과물인 평화협정은 우리베 전 대통령이 이끈 반대파의 공세 끝에 국민투표에서 부결되며 패배를 맛봐야 했다. 산토스 대통령과 우리베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6일 수년 만에 처음으로 비공개 회동을 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노벨상 수상이라는 영광과 우리베 전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반대파를 포용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jk@yna.co.kr 106.247.8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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