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예일대가 4만점 보관"..예일대 "셈법 다를뿐"
페루의 마추픽추 잉카 유적지에서 100여년 전 출토된 유물을 놓고 페루 정부와 미국 예일대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양측간 유물수를 산정하는 셈법이 달라 빚어진 논란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추픽추 유물은 지난 1911년 예일대 교수였던 미국인 탐험가 하이럼 빙햄에 의해 발굴됐으며, 이를 보관해온 예일대는 지난해 9월 페루 정부와 협정을 맺고 미라, 도자기류, 인골(人骨) 등 4천점을 반환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반환협상을 이끌고 있는 에르난 가리도 레카 페루 보건장관은 지난 13일 정부 보고서를 근거로 예일대가 4만점의 마추픽추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고 관영 안디나통신에 밝혔다.
예일대로부터 유물 목록을 받아본 페루문화위원회 소속 고고학자들이 이달초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4만점'이라는 숫자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에 예일대는 펄쩍 뛰었다.
예일대 고고학과 교수이자 피버디국립역사박물관 관장을 지낸 리처드 버거는 14일 반환 합의된 숫자와 페루 정부가 주장하는 숫자가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유물을 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덩어리'로 셌는가, '낱개'로 셌는가의 차이라는 것이다.
버거 교수는 "예를 들어 인골 1구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수백개의 뼛조각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예시하면서 "한가지 확실한 것은 박물관에 보관될만한 가치의 유물이 4만점에 이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톰 콘로이 예일대 대변인도 상이한 셈법으로 빚어진 문제라며 "우리는 지난주 함께 봤던 똑같은 목록표를 놓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는 지난해 '마추픽추 발굴 당시 페루가 유물의 소유권을 포기한게 아니다'라는 논리로 예일대에 반환을 요구했다.
유물을 서로 나누자는 예일대의 제안으로 양측간 협상이 결렬되자 페루 정부는 소송을 하겠다고 위협했었다.
지난해 협정에 따라 양측은 빙햄에 발굴된 유물의 순회전시를 공동 지원하는 한편 훗날 옛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에 새 박물관의 설립을 후원하기로 했다. 협정은 양해각서(MOU) 상태로 최종 서명된 단계는 아니다.
(리마.뉴헤이븐<美 코네티컷州> AP=연합뉴스)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