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대 제헌의회 중단소송 기각 대법원 방화
송고시간 | 2017/06/14 01:33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대가 제헌의회 구성을 허용한 대법원에 불을 질렀다고 국영방송 VTV 등 현지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법원은 전날 루이사 오르테가 디아스 법무부 장관과 야권이 제헌의회 구성 절차의 중단을 요청하며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소식을 들은 반정부 시위대는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대법원 건물로 몰려가 집기 등을 부수고 휘발유를 뿌려 건물에 불을 붙였다.
오르테가 디아스 법무부 장관이 개헌을 추진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가족들이 살해 협박 등 위협을 받고 정보기관의 사찰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점도 반정부 시위대를 자극했다.
앞서 오르테가 장관은 지난 8일 마두로 대통령이 제헌의회 구성을 위해 선포한 포고령이 법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당시 마두로 대통령의 개헌 추진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고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유산인 현행 헌법을 훼손하려는 반민주적인 처사라며 비판한 바 있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정부는 야권 지도자 중 한사람인 엔리케 카프릴레스가 주지사로 재직 중인 미란다주의 경찰 지휘권을 장악했다.
내무부는 카프릴레스 주지사가 반정부 시위를 조장하고 있으며, 미란다 주의 경찰이 인권을 침해하는 데다 범죄단체와 연계돼 있다며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카프릴레스 주지사는 그러나 "내무부의 개입은 주 정부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라며 "정부는 국민을 억압하는 데 경찰력을 이용하려 들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정부 시위에 따른 혼란과 약탈 등으로 사상자가 늘고 있다. 49세 남성이 전날 중부 바르가스 주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가했다가 사망했다. 지난 4월부터 3개월째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 등의 혼란 속에 68명이 숨지고 1천여 명이 다쳤다.
정치·경제 위기 속에 정부의 검열을 피하고 정부 친화적인 언론이 다루지 않은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각서 일고 있다.
언론인인 마리아 가브리엘라 페르난데스와 데렉 블랑코가 버스에서 반정부 시위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두 사람은 '버스TV'라고 적힌 검은색 화면 틀을 가지고 다니면서 3분짜리 뉴스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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