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콜롬비아와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로 미 행정부와 의회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1주 전만 해도 미 행정부는 콜롬비아-파나마-한국 순으로 FTA를 비준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콜롬비아와 협정을 90일 내 의결하는 신속처리규정(TPA)을 적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비준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이를 계기로 한•미 FTA 비준도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한•미 양국 모두에서 나오고 있어 국내에서도 한•미 FTA 비준을 서두를 것 없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될 것이다. 하지만 쇠고기 검역협상 진전, 우리 국회의 비준 처리 등이 순조로울 경우 한•미 FTA 비준 돌파에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러한 이유로는 노조 간부 살해와 같은 정치적 반대이유가 한•미 FTA에는 없다. 자동차, 농업 부문의 개방 폭이 작다는 이유로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으나 쇠고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콜롬비아와 FTA 처리를 지연시킨 민주당 지도부는 당리당략에 따른 절차 변경으로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따라서 우리나라 및 파나마와 FTA 비준에 대해서는 전향적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한•미 FTA에 실현되기 위해서는 쇠고기 검역문제가 조기에 진전돼야 하고 우리 국회도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
쇠고기 검역협상은 미 의회의 관심사항
한•미 의회를 움직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쇠고기 수입검역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농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고 한•미 FTA가 무산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쇠고기 수출에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미 FTA 비준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양국 간 검역협상이 재개됐는데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 여부와 위험물질(SRM) 포함 여부에 대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18∼19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기간을 미 정부와 의회에 한•미 FTA 비준을 서두르도록 촉구하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쇠고기 검역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을 보여야 한다. 또한 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 분위기와 연계해 협상 타결 구도를 잡을 필요가 있다.
국회 비준의 1차 관문은 통외통위 통과가 될 것이다. 통외통위 소속 과반의 국회의원들은 한•미 FTA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총선 이후 위원회 분위기가 좋지 않다.
민주당 소속 김원웅 위원장이 총선에서 낙선함에 따라 리더십이 약화됐고 그 밖에 다수 위원회 의원이 국회를 떠나게 돼 있어 의사정족수를 확보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여야, 비준 촉구 위한 적극적 노력 필요
정부의 FTA 비준전략은 통외통위 위원장이 상임위를 열고 비준안 표결을 상정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이후 국회 비준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이후 여야 지도자들은 비준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표명한 바 있으나 원론 수준의 발언에 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2월 상임위 회의만 보더라도 다수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통외통위 소속 의원들이 상임위 회의에 참석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주 정몽준 의원이 국회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국정 현안에 대한 협조를 부탁하도록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이제부터는 대통령, 국무총리, 여야 대표 등이 적극 나서서 통외통위 소속 의원들과 반대하는 의원들을 직접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통외통위만 통과하면 국회 본회의는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5월에 상임위와 본회의 통과는 일정상 무리가 많다. 상임위는 국회 회기와는 별도로 열 수 있으므로 가급적 조기에 비준안이 상임위를 통과해야 5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통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