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영국ㆍ캐나다 이어 일본ㆍ중국까지 뛰어들어
◆글로벌 리포트◆
세계에서 자원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 미국 영국 호주 등 구미 선진국에 이어 뒤늦게 자원 확보전에 합류한 중국 인도 등까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세계 자원 전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오래 전에 합의했던 자원업체 지분 인수 계약을 파기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국제 자원시장은 국가ㆍ업체간 갈등과 눈치보기로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중국 정부는 2005년 칠레 최대 구리 생산기업인 국영구리공사 코델코(CODELCO)와 광산개발투자와 구리 공급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중국 정부가 코델코에 향후 15년에 걸쳐 약 20억달러를 투자하고 코델코는 이에 상응해 구리와 개발 광산에 대한 지분 일부를 중국에 제공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구리 가격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자 코델코 내부에서 광산 지분을 정말 중국에 넘겨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원자재 수요가 증가하면서 구리 가격 강세는 올해도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2002년 파운드당 0.71달러에 불과했던 국제 구리 가격은 2005년 1.67달러, 2006년 3.05달러, 2007년 3.23달러로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한때 4달러를 넘어서는 등 초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수출액도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칠레의 광물 수출액은 구리 가격이 약세를 보이던 5년 전과 비교해 6배나 증가(437억달러)했다. 이는 2007년 칠레 총수출액 중 64%를 차지한다.
안데스 산맥을 끼고 있는 칠레는 세계 최대 구리 보유국. 칠레 구리 매장량은 약 1억4000만t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 세계 구리 매장량 의 약 30% 수준이다.
캐나다의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다국적 광산업체들에 대해 매년 실시하는 설문 조사에 따르면 칠레는 설문 대상이었던 68개 지역 중 광업 환경이 가장 좋은 지역 6위에 꼽혔다. 중남미의 멕시코(24위), 페루(28위), 브라질(38위), 아르헨티나(43위), 볼리비아(64위) 등과 비교할 때 독보적인 순위다.
칠레의 활발한 광업 산업은 칠레 정부의 자유개방정책과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페루와 아르헨티나 등 인접국이 많은 규제를 내세워 국내외 투자자들의 광산 개발 욕구를 꺾어온 데 반해 칠레는 비교적 명확하고 자유로운 제도 아래에서 국내외 투자자에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 광산 개발 투자를 촉진시켰다. 이 같은 정책적 지원은 칠레를 오늘날의 광업대국으로 이끌었다.
이에 따라 칠레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매우 활발하게 이뤄진다. 1974~2007년 누적 기준으로 총투자액이 211억달러에 달한다. 주요 투자국은 캐나다, 미국, 영국, 호주 등 구미 선진국들이며 일본이 14억달러로 5위에 올랐다.
한국은 칠레의 5대 구리 수출 대상국이다. 2007년 칠레에서 30억달러가 넘는 구리를 수입할 정도로 대칠레 구리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칠레 광산에 대한 투자는 전무하다. 90년대 국내 L사가 투자한 광산 지분을 외환위기 때 처분했다.
세계는 자원 확보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개별 기업에 투자 판단을 맡기기 보다는 정부 주도로 자원 확보에 나선 중국이나,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략적인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일본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산티아고 (칠레) = 한선희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