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체트 메달 훈장 팔아 생활>
[연합뉴스 2006-09-26 09:39]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 아우구스토 피노체트(90) 전 칠레 대통령이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군장교 및 대통령 재임 시절 받은 메달과 훈장 등을 팔고 있는 실정이라고 칠레 일간 엘 메르쿠리오가 25일 보도했다.
해외은행 비밀계좌 사건으로 기소된 피노체트는 사법당국이 자신의 모든 은행계좌를 압류한 채 조사를 진행하면서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피노체트 소유의 주택 중에는 최근 몇 달째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못한 곳도 있을 정도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피노체트의 한 측근은 이번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신문은 그러나 '피노체트 숭앙자'임을 자처하는 재력가들이 피노체트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그의 훈장을 매입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피노체트와 기념사진 촬영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산티아고 고등법원은 지난주 피노체트에게 부동산세 납부와 개인적 생활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압류계좌에서 6만달러를 인출해줬다.
현재 피노체트는 월 5천달러의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 워싱턴 소재 리그스 뱅크 등 외국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가짜 여권과 위조된 공문서를 이용하고 약 2천800만달러로 추산되는 해외은행 비밀 예금 자산을 허위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대통령 재임시 200만 달러의 공공자금 불법 전용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최근 칠레 대법원은 대통령 재임 시절 수감시설 안에서 벌어진 고문 및 살인 사건의 배후 혐의가 인정된다며 피노체트에게 부여된 면책특권을 박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노체트는 1973년 9월11일 유혈 쿠데타로 집권, 1990년까지 칠레를 철권통치한 뒤 1990년 민간에 정권을 이양했다.
민정복귀 이후 독립적 위원회 공식 조사결과, 피노체트 통치기간 정치적 이유로 3천19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1천여명이 체포된 후 생사불명상태이며 수 만 명이 칠레를 떠나 망명생활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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