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사이로 손만 내민 아이…애끓는 멕시코 학교 붕괴현장
송고시간 | 2017/09/21 10:50
강진 덮쳐 학생 21명 사망·30명 실종…밤새 필사의 구조작업
구조작업 생중계 지켜보며 애태운 시민들…"경보 없었다" 증언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규모 7.1의 강진이 멕시코를 흔든 지 하루가 지난 20일(현지시간)에도 치열한 구조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현장은 수도 멕시코시티 남부에 있는 엔리케 레브사멘 초등학교다.
강진으로 학교 건물 일부가 붕괴하면서 지금까지 7∼13살 어린이 21명, 어른 5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후 어린이 11명, 교사 1명은 구조됐다.
하지만 아직 다수의 학생들이 건물 잔해 더미 아래 깔려 있어 생사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전 기준으로 학생 30명이 여전히 실종상태라며 그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지진이 발생한 19일 당일부터 밤샘 구조작업이 이어진 사고 현장은 구조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자식의 생사확인을 기다리는 학부모 등이 얽혀 아수라장이다.
특히 20일 밤에는 비까지 내려 구조작업을 더욱 어렵게 했다.
안전선 밖의 부모들은 자식들이 무사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나무 위에 올라가거나 운동장 놀이기구 위에 올라가 구조 현장을 지켜봤다.
"사람이 살아있어요! 살아있어요!"
자원봉사자 엔리케 가르시아(37)가 외쳤다.
그는 "누군가 한 곳에서 병을 여러 번 쳤다. 또 다른 곳에서는 불빛에 반응이 있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그것도 잠시, "어제부터 이곳에 있었지만 매몰자들이 평판 사이에 끼어있어서 다가갈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AP통신은 잔해 더미에 갇혀 손가락만 겨우 내민 아이를 구조하기 위해 구조인력이 필사적으로 매달린 모습을 전했다.
혹시라도 아이가 더 다칠까 구조인력은 지렛대 등 각종 장비를 들고 몇시간 동안 잔해더미를 조심스레 파헤치는 작업을 이어갔고, 이 모습은 TV로 생중계돼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자식을 찾지 못한 부모들은 애가 끓는다.
7살 딸의 생사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 아드리아나 파고는 "누구도 지금 내 고통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앞 거리 기둥에는 구조된 사람들의 명단이 걸려있다.
이 학교 회계원으로 일했던 오빠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카렌 구즈먼은 학교 앞에서 대기 중이다. 모친은 병원에서 아들을 찾고 있다.
가족 찾기에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도 동원된다.
최소 3명의 부모가 잔해 속 아이들과 왓츠앱으로 대화하며 구체적인 현재 위치 등의 정보를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사고 당일은 멕시코 대지진 32주년으로 실제 지진이 일어나기 2시간 전 대피 모의훈련이 있었지만, 정작 실제 상황에선 경보음이 없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진 발생 당시 영어수업 중이었다는 12살 루이스 카를로스 에레라 토메는 사고 당시 경보음을 듣지 못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내가 화가 나는 게 바로 그것"이라며 "거기서 몇 초를 잃어버린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고 당시 그는 가방이고 책이고 팽개치고 교실 문밖으로 나와 본관 계단으로 향했지만, 벽이 무너지는 걸 보고 몸을 돌려 다른 계단으로 달려 나왔다고 끔찍했던 순간을 전했다.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초등학교 희생자들을 포함해 총 23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멕시코 정부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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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9/21 10: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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