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아이티서 전력회사 운영하는 최상민 ESD 사장
송고시간 | 2017/10/25 17:02
올해 매출 4천만달러 목표…"100년 가는 장수기업 만들겠다"
(창원=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북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있는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발전·전력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한인 1.5세가 있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때 가족과 함께 도미니카에 이민한 최상민(41) ESD(Enterprise Specialized in Development) 사장.
그는 직원 280명을 거느리고, 도미니카와 아이티에 발전소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연간 3천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는 4천만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최 사장은 25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린 세계한상대회에 참가자 고국을 찾았다. 그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자마자 "은퇴 전에 도미니카 10위 안에 들어가는 기업으로 회사를 키울 것"이라며 "매출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회사를 100년 가는 장수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이 ESD의 비전을 길고, 높게 보는 이유는 중남미 국가가 처한 현 상황과 사업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이민 후 회계사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꾸면서 미국에 유학한 최 사장은 대학을 중퇴하고 도미니카에 돌아왔다. 미국에서는 인종차별 등으로 한계를 느꼈고 자기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 초년병에게 현실은 혹독했다. 인조목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시장 예측을 제대로 못 해 적자만 늘어났다. 과감히 사업을 접은 그는 현지 코트라 사무실에 문을 두드렸다.
"코트라 사무소장에게 보수는 필요 없으니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러자 열정에 감동했는지 소장은 사무실 보조를 맡겼죠. 일하면서 한국에서 수입할 만한 제품은 무엇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봤습니다. 그러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죠."
영어와 스페인어가 가능하고 현지 사정에 밝다는 점을 높이 산 현대중공업 관계자가 도미니카에 발전설비를 판매하는 현지 에이전트 역할을 맡긴 것이다.
그는 중개업무에 그치지 않고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고 연락이 오면 무보수로 달려고 정비를 했다. '내가 판 물건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열정 때문이었다. 그렇게 쌓은 신뢰는 비즈니스에 밑바탕이 됐다.
후진국일수록 전기 공급량이 부족해 발전 사업이 전망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 그는 2005년 ESD를 세웠다. 2009년부터는 이웃 나라인 아이티에도 진출했다.
2010년 아이티 지진 당시 재건위원회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전력 복구에 앞장서자 현지 정부는 그를 신뢰했다. 현재 그는 아이티 내 10개 발전소 가운데 1개를 소유하고 5개의 운영권을 가질 정도로 회사를 키웠다.
그러나 아이티 전력의 60%를 공급할 정도로 회사가 크면서 음해에 시달리게 되자 소유지분을 매각해 전체 전력의 35%만 공급하는 선으로 물러섰다.
주변의 시기와 음해에 실망도 했지만, 오히려 그는 낙후된 아이티가 잘 사는 길은 교육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고 실천에 옮겼다. 기업 이익의 사회적 환원을 중시한 최 사장은 사업 초기인 2005년에 도미니카공화국 수도 산토도밍고에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건립해 지금까지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에는 아이티에 직업학교도 세웠고 운영비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아이티 정부관계자들은 현지인보다 더 교육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이라며 신뢰를 보낸다.
본사 건물의 한 개 층은 한인교회에 무료로 임대하는 등 한인사회와 선교를 돕는데도 적극적이다.
그는 최근 도미니카에 태권도 도장도 세웠다. 11월에 정식으로 문을 여는 이 도장은 50명의 단원을 두고 별도로 선수도 육성할 계획이다. 목표는 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사범도 초청했다.
"직원의 대부분이 도미니카와 아이티 현지인들입니다. 현지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 태권도장을 세웠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서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최 대표의 ESD는 최근 한국전력과 함께 도미니카의 국토 배전망 개선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SK와 협력해 도미니카에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고 있고, 전기자동차를 위한 충전소 등 전기 플랫폼 사업도 진행한다. 내년부터는 정수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는 "사업을 해보니 제품을 파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신뢰를 팔면 새로운 비즈니스로 이어졌다"며 "비결은 직원과 고객 모두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들은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성장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인프라가 부족해 비즈니스에 애로사항이 많지만 그만큼 사업기회도 많은 곳입니다. 2045년에 은퇴할 생각입니다. 그때까지 도미니카와 아이티에 100개의 학교와 교회를 지을 계획입니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라지만 제가 겪어보니 이익은 나눌수록 더 커지더군요."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10/25 17: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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