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다급해졌다…‘브라질판 워터게이트’ 음모론에 휘청
[경향신문 2006-09-27 08:30]
오는 10월1일 치러질 브라질 대통령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어수선해지고 있다. 재선은 ‘떼논 당상’이라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1차투표에서 이기지 못해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브라질판 워터게이트’ 음모론이 불거지면서 룰라 대통령도 다급해진 모습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26일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연방선거 법원이 집권당 음모론과 관련, 룰라 대통령에 대한 서면 조사에 착수했다. 연방선거 법원은 전날 룰라 대통령에게 보낸 서면 질의서에서 “집권당이 야당의 대선 및 주지사 후보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비리 의혹을 조작하려 한 사건과 관련, 5일 안에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브라질 연방경찰이 집권 노동자당(PT)과 관련된 기업인과 변호사를 지난 15일 전격 체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이 상파울루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사회민주당(PSDB) 조제 세하 후보의 비리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사진, 비디오, 문건 등 자료를 만들어 PT측에 팔아넘기려 했다는 혐의다.
룰라 대통령과 PT는 의혹을 즉각 부인하고 핵심 관련자로 지목된 리카르도 베르조이니 선거대책위원장을 교체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으나 파문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다급해진 룰라 대통령은 25일 대선 유세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대 경쟁자인 PSDB의 제랄도 알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는 때를 놓치지 않고 공세를 펴고 있다. 알키민 주지사는 “룰라 정권은 하나의 거대한 범죄조직이며 PT는 도적질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브라질 언론들은 연방선거법원의 조사 결과 룰라 대통령이 음모론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거나 직접 연루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통령직 사퇴’라는 최악의 정국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다.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대선후보 자격에 대한 시비가 소급해 제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룰라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의 유력 여론조사기관인 다타폴랴(Datafolha)가 의혹제기 직후인 22일 실시한 조사 결과, 1차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유권자가 49%로 알키민 주지사에게 투표하겠다는 31%보다 훨씬 높았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다타폴랴의 마우로 파울리노 소장은 “알키민 주지사의 지지율이 높아진 것은 제3후보인 엘로이자 엘레나 의원의 지지층을 잠식한 결과로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6백만명 이상의 빈곤·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린 룰라의 공적은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