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가난에 반발… 인구 1/6 하루 1달러 이하
중남미 국가인 파라과이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승리, 61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파라과이의 우파는 세계에서 가장 긴 집권 기간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20일(현지시간) 실시된 파라과이 대선에서 좌파 후보인 페르난도 루고(57) 전 가톨릭 주교가 당선돼 우파 콜로라도당의 61년 장기 집권이 무너지게 되었다. 루고 후보는 41%의 득표율을 기록, 여당 콜로라도당의 여성 후보 블랑카 오벨라르(31%)와 중도 우파 전국윤리시민연합의 리노 오비에도 후보(22%)를 누르고 승리를 확정했다.
루고는 가톨릭 주교 출신 빈민 운동가로 주목을 받았다. 1977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파라과이 내 극빈지역인 산 페드로 교구의 주교를 맡아 1994~2004년 동안 활동하였으며 사람들은 그를 ‘빈자들의 주교’라고 불렀다.
그가 정치에 뛰어든 것은 2006년부터이다. 빈민운동에서 빈곤층의 아픔을 온 몸으로 체험한 그는 종교와 운동을 넘어 현실정치를 통해 세상을 개혁하겠다는 생각으로 정치에 뛰어 들기에 이르렀으며 사제직을 포기하였다.
2006년 3월 콜로라도당의 장기 집권과 니카노르 두아르테 대통령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는 반정부 시위에 앞장선 그는 점차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하였다.
우파 여당의 실정을 끝내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으로 뭉친 파라과이의 군소 좌파정당들과 사회단체들은 ‘변화를 위한 애국동맹(APC)’이라는 협의체를 조직하였으며 루고를 대선 후보로 공식 추대하였다.
빈민과 노동자, 소작농의 절대적 지지를 한 몸에 받은 그는 위협적인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루고 당선의 원동력은 역시 빈곤층의 정권교체 열망이다. 파라과이는 남미에서도 대표적인 빈곤 국가이다. 국토면적 40만6천752㎢에 610만명 인구의 이 나라는 국내총생산(GDP) 93억4천만 달러에 1인당 평균소득은 1천532 달러에 불과하다. 국민의 36%가 빈곤층이며, 전체 인구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110만 명이 하루 평균 1달러 이하 소득으로 생활하는 극빈곤층이라는 통계가 파라과이가 처한 오늘의 현실이다.
파라과이는 남미에서도 부존자원이 부족하여 산업이 농업에 편중되어 있다. 세계 4위의 콩 수출국이어서 최근 세계 곡물가 상승의 덕을 보기는 하였다. 그래서 작년에는 6.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으며 두 자릿수 실업률도 8.5%로 떨어졌다.
그러나 노동자의 80%가 최저 임금에도 미치는 못하는 고질적인 경제난은 파라과이 경제의 영원한 숙제가 되어 있다. 농민들의 삶도 궁핍하기는 마찬가지며 농토로부터 소외된 소작농들은 만성적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만이 누적되어 왔다. 가진 자들에 의한 부의 독점은 물론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 문제도 여당의 장기 집권이 가져온 폐해라는 것이 국민들의 인식이다.
따라서 루고의 당면 과제는 이 같은 파라과이의 경제 현실과 사회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기대가 난공불락이었던 우파의 장기집권을 끝내고 좌파 정권 교체를 가능하게 한 것이었다.
파라과이에 좌파 정권이 들어섬에 따라 남미에 우파 정부는 콜롬비아만이 남게 되었다. 거센 좌파 열풍 속에서 남미 좌파는 현재 양분되어 있다. ‘반미 연대’를 과시하는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가 주축이 된 강경좌파 노선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으로 협력하고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실용 좌파다.
따라서 루고 당선자가 과연 어느 쪽으로 가까이 다가갈지도 관심이다. 빈곤층을 대변하는 좌파지만 스스로 좌우를 아우르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 좌파 노선보다는 비교적 합리적 노선으로 파라과이 경제의 회생에 진력할 것이라는 것이 관측이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가 이미 물 밑에서 루고의 선거를 도왔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하는 등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신문 데일리안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