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고, '룰라의 길' 따라야 할 것"[英언론] (4.23)
관리자 | 2008-04-23 | 조회수 : 1079
브라질언론, 파라과이 차기정권 권력분점 전망
지난 20일 파라과이 대선에서 승리한 페르난도 루고 당선인이 오는 8월 취임 이후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취한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이날 '가난한 파라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지난 2005년 남미 최빈국 볼리비아 대선에서 승리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노선을 따르는 실수를 범했다"면서 "남미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파라과이의 루고 당선인은 룰라 대통령에게서 영감을 얻어야 하며, 모랄레스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루고의 승리가 파라과이 역사를 통해 혁명에 가까운 경이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향후 국정운영에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브라질에 대한 이타이푸(Itaipu) 조약 개정 요구를 제외하고는 파라과이의 빈곤을 줄이고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파라과이 정치를 60여 년간 지배해온 콜로라도당이 여전히 의회와 지방정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점은 루고 당선인의 선택을 크게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루고 당선인이 파라과이의 실질적인 협력자가 될 수 있는 룰라 대통령과 협력을 강화해 브라질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만이 루고 당선인이 내세우는 경제.사회적 개혁에 추진력을 제공하고 개혁작업 이행을 위한 시간을 벌게 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문은 그러면서 "룰라 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현명한 사회민주주의 정책으로 브라질을 현대화하고 있으며, 이는 파라과이 새 대통령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이날 루고 당선인이 40%가 넘는 득표율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세력이 다양한 정파로 구성돼 있고, 의회와 지방정부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파라과이 차기 정부가 전례없는 권력분점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선과 함께 실시된 총선에서 전체 45명의 상원의원 가운데 콜로라도당이 16석, 루고 당선인을 지지한 보수우파의 급진자유당(PLRA)은 13석을 차지했다. 리노 오비에도 후보가 이끌고 있는 중도우파 정당 전국윤리시민연합(UNACE)이 9석, 기업인 출신의 페드로 파둘 후보를 대표로 하는 애국당(PQ)이 4석, 루고 당선인의 지지세력인 군소 좌파정당이 3석을 얻었다. 또 17명의 주지사는 콜로라도당(10명)과 PLRA(7명)가 나눠 가졌다.
콜로라도당이 여전히 영향력을 잃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PLRA가 새로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셈이다.
루고의 승리를 가져온 '변화를 위한 애국동맹'(APC)은 좌파정당과 사회단체에 PLRA가 가세하고 있어 내용상으로 극단적인 좌파에서 보수우파가 뒤섞여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루고 당선인으로서는 집권과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정파 사이에서 정교한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하며, 이는 강력한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는데 제약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