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가해자 비호' 교황의 빛바랜 중남미 방문
송고시간 | 2018/01/22 10:53
"중상모략" 항변했다 설화…미사 때 비판 현수막
추기경마저 "인간존엄 해치고 피해자에 고통줬다" 비판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남미 방문이 미성년자 성추문 은폐의혹을 받는 성직자를 비호하는 발언으로 빛이 바랬다고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분석했다.
교황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칠레와 페루를 잇달아 방문했다.
지난 18일 칠레 북부 항구도시인 이키케에서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안 바로스 주교에 대해 교황이 한 말이 논란이 됐다.
교황은 "바로스 주교에 불리한 단 하나의 증거도 없다"면서 "모든 것은 중상모략이다. 이것이 명확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바로스 주교는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2011년 면직당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를 멘토로 여기고 있으며,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다.
교황의 바로스 주교 비호 발언 등으로 칠레 방문은 비판과 항의로 얼룩졌다고 dpa 통신은 평가했다.
페루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교황이 미사를 집전한 수도 리마의 교회 근처 건물에는 "프란치스코, 여기 증거가 있다"는 글과 함께 페루에서 성 추문으로 기소될 예정인 한 가톨릭 단체 설립자의 사진이 들어간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교황에게 가톨릭 사회의 성 추문 문제를 조언하는 숀 오말리 미국 보스턴 추기경도 이례적으로 교황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말리 추기경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하면 믿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말들은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범죄로 고통받는 이들을 버리는 것"이라며 "교황의 말은 성직자나 다른 가해자에 의한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줬다"고 지적했다.
또 평소 험담을 테러에 비유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리마 교회에서 수녀들에게 설교하면서 "험담은 던지면 파괴하는 폭탄과 같다"면서 "최고의 처방은 이를 악물고 참는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험담하는 수녀보다 가톨릭 성직자의 성범죄가 테러에 더 가깝다"는 한 지역 온라인 신문 편집자의 말을 소개하면서 소셜 미디어에 비판 글이 잇따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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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1/22 10:5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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