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재판'으로 고심하는 브라질 좌파…'플랜B' 모색 움직임
송고시간 | 2018/01/23 01:11
대선 보이콧, 새 후보 선출, 범좌파 후보 지지 등 방안 조심스럽게 논의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좌파 진영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오는 10월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을 전제로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조심스럽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룰라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열리는 부패혐의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 자동으로 대선 후보가 되겠지만, 실형 선고로 대선 출마가 좌절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룰라 전 대통령이 속한 노동자당(PT)은 재판과 관계없이 그를 대선후보로 내세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좌파 진영 내에서는 '플랜B'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노동자당은 대선 보이콧과 당내 새 후보 선출, 범좌파 후보 지지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자당은 "올해 대선이 룰라 없이 치러지는 것은 사기"라고 주장하면서 대선 보이콧을 시사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의원·주지사·주의원 선거에도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 자신도 최근 외신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시도에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노동자당은 당내에서 룰라를 대체하는 새 후보를 선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치 1번지' 상파울루 시장을 역임한 페르난두 아다지와 북동부 바이아 주지사를 지낸 자케스 바기네르 등이 유력 인사로 거론된다.
이밖에 민주노동당(PDT)의 시루 고미스 대표와 빈곤노동자단체(MSTS)의 길례르미 보울루스 대표 등을 범좌파 후보로 내세워 지원하는 전략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고미스 대표는 룰라 대통령 정부에서 각료를 지냈고, MSTS는 노동자당의 지지기반 가운데 하나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상파울루 주 과루자 시에 있는 복층 아파트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은 24일 남부 포르투 알레그리 시에 있는 지역 연방법원에서 열린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부패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과 대선 출마 문제는 남미지역에서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과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 등은 지난달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남미지역 최대 정치기구인 남미국가연합 사무총장이자 콜롬비아 대통령을 지낸 에르네스토 삼페르도 룰라 전 대통령에게 10월 대선에 출마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며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힌다.
fidelis21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1/23 01: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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