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강력한 의지천명 불구 의회 벽 만만치 않아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과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시장 재개방 등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연내 조기 통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 이와 관련 "쇠고기 문제가 해결돼 한미FTA를 비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FTA 추진을 위한 전혀 다른 새로운 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의회 일정으로 보면 9월 말이 (FTA 법안처리를 위한) 마감시한이 될 수 있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FTA 법안이 처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올해 실질적으로 법안심사를 할 수 있는 마감시한인 9월26일 휴회이전에 한미FTA를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슈워브 대표는 또 한미FTA 법안의 의회 제출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일정은 없지만 가장 적절한 때에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슈워브 대표는 국무부와 상무부, 재무부, 농무부 등 전 행정부가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의회에서 연내에 통과되도록 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며 쇠고기 문제 타결을 계기로 농업분야를 비롯한 업계에서 강력하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부시 대통령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에게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시장 재개방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한미FTA는 미 행정부의 정책 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회를 압박해 FTA가 연내에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미ㆍ콜롬비아 FTA가 의회에 제출되자마자 '도착 즉시 사망(DOA, Dead on Arrival)' 선고를 내렸던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FTA 법안처리에 대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다 민주당의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까지 FTA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부가 FTA 연내 처리를 위해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연내 타결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의회가 법안 처리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데다 지금은 야당인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대선이 열리는 해이기 때문에 의회가 부시 행정부의 희망에 따라 움직여줄 가능성이 사실상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 슈워브 대표가 한미FTA 통과 목표를 의회 회기 마감인 9월 말 이전이라고 밝히면서도 정작 중요한 FTA 이행법안 제출시기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을 언급하지 못하고 가장 적절한 때라는 모호한 표현을 한 것은 의회의 사전동의를 얻지 못하면 한미FTA법안을 제출하더라고 콜롬비아FTA 신세를 면할 수 없다는 행정부의 현실적인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통상문제에 정통한 외교전문가들은 "미국이 그 어느 때보다 한미FTA 통과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은 한미정상회담에서나 슈워브 대표의 발언에서 분명히 드러나지만 한미FTA가 의회에서 비준동의를 받느냐 여부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의회에 달려 있기 때문에 행정부 의지와는 별개 사안이 될 수도 있다"며 한미FTA 조기타결 가능성에 대해 성급한 기대를 경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