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증 쿠바 독립영웅 호세 마르티 복제 동상 제막
송고시간 | 2018/01/29 06:03
라울 카스트로 의장 등 참석…"쿠바, 긴장고조 속 미국과 관계유지 신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최근 미국과 쿠바 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뉴욕에 있는 쿠바 독립영웅 동상의 복제본이 쿠바에서 제막됐다.
28일(현지시간) 쿠바 국영통신 프렌사 라티나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수도 아바나에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디아스 카넬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 미국 여야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말을 탄 모습의 호세 마르티 청동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공식 제막 행사가 열린 이 날은 165번째 마르티 탄생 기념일이다.
호세 안토니오 벨라스케스 뉴욕 시의원은 제막식에서 "우리는 뉴욕시와 쿠바를 연결하는 우정을 자랑스럽게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막식에서 조지프 미즈 브롱스 박물관 이사회 회장 등이 축하 연설을 하고 빌 드 블라지오 뉴욕 시장의 친필 편지도 대독됐다.
아바나 혁명박물관 인근 광장에 세워진 길이 5.6m, 무게 8t짜리 호세 마르티 동상은 1965년 뉴욕 센트럴 파크에 건립된 마르티의 청동 기마상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뉴욕 브롱크스 미술관과 미국에 있는 '호세 마르티의 친구들'이라는 단체는 250만 달러(약 28억 원)를 모금해 동상을 제작한 뒤 국제적 우호를 다지기 위해 쿠바에 기증했다.
시인이자 언론인 출신인 마르티는 쿠바 독립을 위해 스페인에 맞서 싸우다가 1895년 총에 맞아 숨진 쿠바의 국민 영웅으로, 미국에서 15년간 망명 생활을 한 이력 때문에 미국과 쿠바 관계의 상징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동상 제작은 2014년 12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이 국교정상화에 전격 합의한 이후 양국 간 긴장 완화가 절정에 달한 시기에 결정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미국의 자금이 쿠바 군부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군부 또는 정보당국과 연계된 기업과 미국인 사이의 금융거래를 금지하고 미국인의 쿠바 개별여행을 제한했다.
또 쿠바 정부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아바나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겪은 원인 불명의 신체 이상에 쿠바의 책임이 있다면서 아바나 주재 자국 대사관 인력을 60%가량 줄이고 워싱턴DC 주재 쿠바 외교관 15명을 추방하기도 했다.
AP통신은 공식 석상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카스트로 의장의 제막식 참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냉각된 양국 관계에도 불구하고 쿠바가 미국과의 유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penpia2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1/29 06: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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