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길 3천200㎞ 멕시코 종단…미국 첫발 디딘 중남미 '캐러밴'
송고시간 | 2018/05/01 18:33
가난·폭력 피해 고국서 탈출…150명 중 여성·어린이 8명 입국
망명 절차 곧 개시…美 정부 반이민 정책으로 앞날은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엄포에도 미국 망명을 바라며 3천200㎞ 넘게 달려온 중미 이주자 행렬 중 일부가 마침내 미국 영토에 발을 디뎠다고 로이터통신, AP통신 등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러밴'(Caravans)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미 출신으로 한 달 공안 멕시코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질렀다.
이들은 가난이나 범죄 조직의 폭력을 피해 고향을 등지고 탈출에 나섰다. 해마다 부활절 전후로 무리를 지어 대규모로 이동한다.
올해는 약 1천 명이 출발했다. 중간에 이탈자가 있어 약 150명만이 마지막까지 남았다.
이들의 행보는 올해 더욱 국제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례 없이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 등을 통해 캐러밴의 미국행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미 국토안보부에 이들이 국경을 넘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29일 캐러밴 행렬이 미국 샌디에이고 남쪽 멕시코 국경에 다다랐다.
그러자 미 관세·국경보호청은 보호시설이 만원이라면서 이주자 행렬의 입국을 막았다.
입국을 거부당한 이들은 멕시코 국경 통로 입구 건너편 길가에서 노숙했다.
하지만 국제법에 따르면 미국은 이들의 망명 신청을 무조건 거부할 수 없다.
결국, 관세·국경보호청은 공간에 여유가 생기는 대로 관련 절차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말했고 다음날 일행 중 여성과 어린이 8명에게 입국을 허락했다.
이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들은 법에 따라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주 프로젝트를 이끈 알렉스 멘싱은 AP통신에 "이것은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다만, 아직 140여 명이 멕시코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을 통과한 이들은 대개 검문소 등에서 사흘가량 머문 뒤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 넘겨진다.
만약 이들이 초기 심사를 통과하면 보호소에서 생활하거나 전자팔찌를 착용하는 조건으로 풀려난다.
이민 법원을 거쳐 최종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고국에서 학대를 받았다는 충분한 근거를 입증해야 한다.
다만, 미국은 현재 망명 신청 대부분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엘살바도르인 망명 신청의 경우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79%가 거부됐다.
더욱이 트럼프 정부는 이들이 법의 허점을 악용해 미국에서 불법 체류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어 훨씬 까다로운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어렵사리 미국에 도착했지만, 이들의 앞날은 여전히 무척 불투명한 셈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허위로 망명 신청을 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주 행렬 중 한 명으로 엘살바도르 출신 20대 산모 엘린 오렐라나는 "MS-13 갱단의 폭력을 피해 달아났다"며 "(망명을 위한) 싸움은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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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5/01 18:3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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