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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한-칠레 FTA 4년] “외국인 투자자의 천국 칠레로 오세요” (4.29)
관리자 | 2008-04-29 |    조회수 : 1155
  시카고 보이즈(Chicago Boys).’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기수이자 시카고학파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의 영향을 받은 칠레의 기술관료를 통칭하는 용어다. 1955년 시카고대학 경제학과가 칠레 가톨릭대학과 체결한 학술교류사업의 결과물인 셈인데, 70년대 피노체트 정권 이후 칠레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집단이다. 한국으로 치면 70년대 ‘서강학파’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4월11일 한국의 ‘칠레주간’을 맞아 처음으로 방한한 칠레외국인투자위원회(Chile Foreign Investment Committee) 에두아르도 메나(57) 부위원장은 칠레의 개방경제를 주도한 ‘제2세대 시카고 보이즈’라 할 수 있다. 그 역시 칠레 가톨릭대학을 졸업(1971년)하고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이후 줄곧 칠레의 경제부흥을 주도한 관료이자 외교관이기 때문이다.

“투자 1년 후엔 합법적으로 원금 회수 가능” 

  첫 방한임을 강조하는 그의 일성(一聲)은 ‘따뜻한 환대’와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감탄이었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한국 경제와 아시아에 대한 예비지식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특히 그는 지난 경제 발전 과정에서 “문제에 봉착했을 때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합리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해온 한국인들의 지혜에 끊임없이 감탄해왔다”고 말했는데, 이는 그가 중남미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발전 모델을 연구하면서 한국의 사례를 얼마나 참고했는지를 알 수 있는 한 단면이었다.

  메나 부위원장은 칠레의 외국인 투자를 담당한 책임자답게 시종일관 ‘칠레에 투자해야 하는 당위성과 효익’에 대해 강조했다. 한국의 외교관들도 해외에 나가면 과연 그처럼 행동할지 궁금할 정도였다. 한때 ‘피노체트의 독재’로 표현된 암울했던 정치 상황과 ‘남미의 표범’으로 불렸던 중진국 칠레가 어떻게 전 세계 자유무역협정(FTA)의 모범국으로 돌변했는지, 나아가 칠레의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개방전략은 언제까지 유효할지 ‘시카고 보이즈’인 그에게 다각도로 접근해봤다. 

- 왜 그 많은 나라 가운데 하필 칠레에 투자해야 하는가.
  “질문의 방향이 틀렸다. 칠레에 대한 투자는 꼭 칠레에 한정되지 않는다. 바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나아가 남미에 대한 투자로 확장될 수 있다. 칠레가 57개국과 체결한 FTA를 포함한 각종 조약들의 효과인 셈이다.”  

- 관세가 적다는 뜻인가.
  “1차적으로는 그렇다. 각종 FTA로 평균 관세율이 1%대에 불과하다. 물론 인구 1600만명의 칠레는 그 자체로는 큰 시장이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칠레의 완벽한 인프라들을 발판삼아 남미를 비롯한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 외국인 투자에 얼마나 우호적인가.
  “기본적으로 내외국민을 동등하게 대우한다. 특히 개방 국가의 특성상 외국인 투자금액을 안전하게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체계를 갖췄다. 투자한 외자기업에 안정적 세제와 정책을 보장해주는 외자법(DL600)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에게 유리한 투자계약이 맺어졌더라도 훗날 투자자의 동의 없이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약조건들을 변경할 수 없도록 장치해놨다. 각종 세제혜택은 물론 투자금 회수도 용이하다. 투자한 지 1년이 지나면 합법적으로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 또한 장기 투자자를 위해 더 많은 혜택도 준비 중이다.”

- 1년이 지나면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물론이다. 칠레 정부가 보장한다. 이미 칠레는 외국인 투자자의 천국이 됐다고 본다.”

- 그러나 지난 4년간의 FTA 시행에도 칠레는 여전히 한국인에게 낯설다.

  “아쉬운 대목이다. 아직까지 한국의 투자는 칠레 전체 투자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에는 칠레와 중남미의 잠재력을 낮게 평가하는 탓도 있을 것이다.”


“한국, 칠레 발판삼아 더 큰 시장 진출하기를” 

  한국과의 경제교류 활성화 역시 칠레의 숙원이다. 기존의 농업과 구리산업 중심의 1차산업에서 벗어나 금융 및 정보기술(IT) 산업을 발전시켜 이웃 남미국가들로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때 피노체트가 존경했다는 ‘박정희의 나라’ 한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인 것. 

  메나 부위원장에게 “한-칠레 FTA의 이득은 무엇이고, 손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는 질문 자체를 거부했다. 편협한 질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의 얘기다. 

“한-칠레 FTA로 인한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57개국과의 FTA로 완전히 개방된 칠레 경제를 한국 역시 세계 경제로 나아가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속적인 경제교류를 통해 양국 기업 간 유대가 강화된다면 연합전선을 펼쳐 남미나 미국, 나아가 유럽시장에까지 동반 진출할 수 있다. 반대로 아시아 진출을 원하는 남미 기업들의 한국 투자도 늘어날 것이다. 이 같은 칠레의 ‘FTA 플랫폼 전략’은 변하지 않는 하나의 원칙이며, 세계 경제의 모범 사례가 됐음을 확신한다.” 

  - 정치 상황이나 세계 경기흐름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칠레의 개방정책은 절대다수의 국민에게 지지받는 불변의 원칙이다. 좌우 정권 교체기에도 개방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또한 칠레 정부는 개방경제 모델을 설계하던 초창기부터 세계 경기에 크게 영향 받지 않기 위해 예산의 3~6%를 비축해놓는 등 다각도의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 칠레투자위원회가 얼마 전 비장의 신무기를 선보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 FTA시대에 체계적인 무역정보 교류를 위한 정보시스템인 ‘인베스팅 칠레’라는 웹사이트(www.investing-chile.cl)가 그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FTA 플랫폼을 활용해 사업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이 사이트에 접속해 전 세계 수만 개 상품에 대한 각종 원산지 규정과 관세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FTA 선진국인 칠레가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정보라고 자부한다.” 

  - 칠레에 대한 예비 투자자를 위해 한마디 조언한다면? 
  “칠레를 발판삼아 더 큰 시장에 진출하길 바란다. 한국과 칠레는 양국의 국민성과 잠재력을 고려할 때, 분명 윈-윈할 수 있는 매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양국은 정치•문화적으로 대단히 비슷하고 상보(相補)적이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FTA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한국인들이 태평양 너머의 칠레를 알 수 있었겠는가. 그것이 바로 칠레가 추구하는 개방철학인 셈이다.”(끝)

칠레의 외국인 투자를 총괄하는 칠레외국인투자 위원회 홈페이지(www.forein-investmnt.cl). 

주간동아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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