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10만대 1 액면절하, 최저임금 3천% 인상 그후…
관리자 | 2018-09-18 | 조회수 : 1262
베네수엘라 10만대 1 액면절하, 최저임금 3천% 인상 그후…
송고시간 | 2018/09/17 10:14
'빅맥' 1개값이 월급의 5분의 1…고용주 "직원 3분의 1 해고해야할 판"
상공계 "국가 비즈니스 25%가 무력화"…"재앙적 경제 개혁"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베네수엘라가 초인플레이션과 생필품 부족난 등 극심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취한 극단의 경제 개혁 조치가 재앙적 결과를 나을 조짐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지난달 연간 인플레이션이 100만%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를 10만대 1로 액면절하하고 최저임금을 3천% 인상하는 등 개혁을 단행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이러한 근시안적인 개혁은 물가 급등, 매장 폐쇄, 직원 해고와 산업 무력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수도 카라카스 현지 취재를 통해 분석한 내용을 16일 보도했다.
마두로가 지난달 개혁 조치를 발표한 뒤 카라카스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빅 맥' 1개 가격은 3.6달러에 팔리고 있다. 이번에 인상된 최저임금의 5분의 1 수준이다.
베네수엘라 현지 패스트푸드 체인의 한 업주는 직원 1천800명의 3분의 1을 해고하고, 85개 매장 중 15개 매장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이라고 털어놨다.
만성적인 재료 부족에다가 직원 월급 급등과 제품가 폭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 업주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하루하루가 폭풍 전야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베네수엘라에서 문을 닫은 맥도날드 매장이 몇 개인지 파악조차 어렵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정부는 임금 인상을 보전하려고 제품 가격을 올리면 기업 관리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가격을 통제하고 있지만 이러한 '채찍'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정황들이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이미 지난 몇주간 130명이 넘는 기업 매니저와 피고용자들이 가격을 올리는 등 '투기 혐의'로 정부 당국에 체포됐다.
그러나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주요 식료품인 닭과 달걀은 슈퍼마켓 선반에 보이지 않는다.
수지가 맞지 않으니 농가에서 대량 생산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현지 컨설팅업체인 에코아날리티카는 지난 8월 베네수엘라의 월간 인플레는 225%로 '기록적'이라고 보고했다.
패스트푸드점과 마찬가지로 상공계 각 분야의 사업장들이 최근 며칠간 문을 닫는 곳이 속출했고, 고용주들은 사람을 줄이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주요 재계단체인 '페데카마라스'의 리카르도 쿠사노 회장은 마두로의 일련의 경제 정책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징벌적' 조치들은 투자를 유발하거나 신뢰를 주지 않을뿐더러 생산을 오히려 감소시키게 될 것이라고 쿠사노는 지적했다.
베네수엘라 상공회의소 간부를 지냈던 빅토르 말도나도는 "도대체 경제 개혁 정책이 이렇게 순식간에 대실패로 끝난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한탄했다.
베네수엘라 120개 상공단체의 결집체인 콘세코메르시오의 회장 마리아 카롤리나 우스카테기는 지난 8월 경제 개혁 발표 이후 국가 비즈니스의 25%가 무력화됐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20년간 민간기업의 75%가 지난 종적을 감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편, 최저임금 폭등으로 수백 개의 학교가 문을 열지도 못하고 있는 데다가 상당수의 학생과 학생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사립학교협회의 파우스토 로메오 회장이 전했다.
마두로의 이러한 개혁 정책은, 지나친 가격 통제와 왜곡된 환율 속에서 중앙은행이 정부 재원 마련을 위해 화폐를 계속 찍어내는 모순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수도 카라카스에서 지중해식 식당을 경영하는 프레디 데 프레타스(39)씨는 "가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매주 메뉴의 가격조정을 하면서 직원 15명도 해고하지 않고 장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는 재료가 부족하면 새우와 쌀을 다른 식당과 바꾸는 식으로 임시변통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육류 재료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생산업체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이민자 2세대인 그는 "임금 인상은 곧 얼마 가지 않아서 인플레이션이 상쇄해줄 것"이라며 "곧 바뀐다. 영원한 것은 없다"며 조삼모사 격인 될 베네수엘라 경제 개혁 정책을 비웃었다.
hopema@yna.co.kr
2018/09/17 10:1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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